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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최중경 장관이 고민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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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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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 세미나에서 경영진의 월급을 조금 줄여 청년층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전환해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층의 고통을 통감하는 뜻에서 한 발언이었겠으나 2011년, 대한민국에서 듣기는 참 거북하다.

기업의 보상체계(reward system)는 임직원들에게 '급여'를 얼마 주느냐 하는 단순한 계산상의 문제가 아니다. 보상체계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난 결과, 즉 '급여' 뒤에는 그 기업의 비전, 철학, 전략 그리고 인사관리체계가 모두 작동하고 있다.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 미션과 비전을 토대로 전략이 수립되고 그 전략에 따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실행방법을 찾아낸다.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 기업의 인사, 생산, 마케팅 그리고 재무 등 각 부문이 그에 맞게 정렬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중에서도 인적 자원을 채용하고 양성하며 아울러 동기를 부여하는 데 관여하는 '인사관리체계'가 중심적 역할을 한다. 특히 보상체계는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요소다. 이 때문에 기업의 보상체계는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으며 업종별로도 차이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구글 직원들의 임금은 업계 평균과 비슷한 편이지만 편차는 매우 크다. 연간 보너스는 기본급의 30~60% 정도지만 이윤을 창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사람에게는 수백만달러의 주식을 증여하는 등 파격적인 보상을 제공한다. 아이디어와 창의력 그리고 기업가정신을 통해 구글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보상체계는 철저하게 그에 맞게 설계되어 있다. 미국의 유기농 식품유통업체 홀푸드는 임원의 보상을 회사 평균의 19배 이하로 제한해 급여 차이를 제한하고 있다. 홀푸드의 경영진은 종업원들의 몸과 마음 이상을 회사에 헌신해야 회사가 성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공동체 의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경영철학이 반영되어 홀푸드의 보상체계가 만들어졌음은 물론이다.

기업에서 사업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개인의 능력보다는 팀워크, 협력 등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면 보상체계에서 '팀 성과에 따른 보상'의 비중이 커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실적이 조직의 성과로 직결되는 업종이라면 '개인 성과에 따른 보상'의 비중이 더 커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보상 철학은 단지 한 팀이나 부서에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전 조직에 걸쳐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하며 그래야만 보상체계가 전략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업의 보상체계는 내부적으로는 공정한 보상을 통해 원하는 인적 자원을 채용ㆍ보유하고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며, 외부적으로는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인센티브로 작용해야 한다. 따라서 임직원의 임금 수준, 임원과 직원의 임금 격차 정도, 실적에 따른 편차 등의 보상체계는 수많은 요소를 감안한 결과이며 단순한 숫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최 장관의 '임원 급여에 대한 발언'은 그동안 기름값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대안주유소 아이디어 등을 통해 보여준 '관치주의적 발상'이 또 한번 드러났다는 느낌이다. 최 장관은 아직도 '관'이 '민'을 이끌고 통제하고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데 기업 고유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무례의 당사자가 지식경제부 장관이라니 더욱 난감하다. 지식경제부는 기업의 활동을 촉진시키는 시장친화적 역할에 충실했던 부처다. 심지어 '관'이 '민'을 이끌던 개발경제 시대에도 '임원의 급여' 얘기를 내놓고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 그가 고민해야 할 것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전략과 그에 맞는 국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다. 그것만 해도 24시간이 모자랄 터인데….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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