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로그램의 참맛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가수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 늘 긴 치마 차림에 고고한 발라드를 부르던 가수가 딱 붙는 바지에 힙합 댄스를 선보인다. 자유로운 무대가 트레이드마크였던 록밴드 가수는 정장을 차려 입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세련된 외모의 댄스 가수는 구성진 트로트 가락으로 눈물 짓게 만든다.
국내외 화장품, 의약 시장의 숨은 손이 있다. 국내에서 제조되는 화장품 5개 중 1개는 이 기업의 제품이다. 국내 제조자설계생산(ODM)의 대표주자, 한국콜마가 그 주인공. 이 기업의 성공 비결도 자신의 틀에 안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장품 제조 전문 기업이 전무했던 1990년대 당시 이 분야에 뛰어든 한국콜마는 단순 하청업체에 멈추지 않았다. 기술력을 갈고닦아 브랜드를 선도하는 기업이 된 것. 더구나 이미 검증받은 화장품 시장에만 안주하지도 않는다. 의약 시장으로 외연을 확장해 여기서도 성공을 거뒀다. 화장품 시장과 의약 시장은 각종 규제 및 경쟁 구도가 다르지만 한 분야에 멈추지 않겠다는 뚝심의 결과이다.
그러나 콜마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가장 큰 부분은 자체 브랜드를 가지지 않는 제조 전문 기업이지만 단순한 기업 간 거래(B2B) 기업의 틀을 벗어났다는 것. 사실 B2B 기업은 원청기업이 요구하는 것을 잘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콜마는 그 한계를 뛰어넘었다. 마치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기업처럼 최종 소비자에게 집중한 것이다. 자체 브랜드를 가진 B2C 기업이나 하는 소비자 조사, 마케팅 활동을 콜마도 똑같이 한다. 그렇게 축적된 트렌드 조사 결과를 브랜드 기업에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화장품 시장 트렌드를 알고 싶거나 새롭게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콜마에 많은 부분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갑'과 '을'의 관계가 바뀌었다고나 할까.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 하여 새로운 시도를 보류하는 기업이 많다.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앞날이 좀 더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것. 물론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신중함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21세기 현대의 시대정신을 생각해 보자. 몇 십 년 한결 같은 모습을 보인 가수보다 팔색조처럼 변신하는 가수에게 대중은 환호를 보낸다. 그것이 '나는 가수다'가 보여주는 시대정신이다.
조미나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