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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나는 가수다'의 시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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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실력을 검증 받은 가수들이 서바이벌 무대에서 또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낀 솔직한 생각이었다. 지금은? 일요일 그 시간만 되면 TV 앞에 정자세로 앉아 있기 일쑤다. 시간이 안 되면 '다시 보기'를 통해서라도 '이미 검증 받은 가수들'의 색다른 면에 푹 빠지게 된다.

이 프로그램의 참맛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가수들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 늘 긴 치마 차림에 고고한 발라드를 부르던 가수가 딱 붙는 바지에 힙합 댄스를 선보인다. 자유로운 무대가 트레이드마크였던 록밴드 가수는 정장을 차려 입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세련된 외모의 댄스 가수는 구성진 트로트 가락으로 눈물 짓게 만든다.
쟁쟁한 실력 탓에 탈락자 선정이 어려워 보이지만 탈락된 가수들의 공통점은 새로운 모습을 시도하지 않고 예전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을 때다.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과 감동은 다 똑같은 것이리라. 자신을 그 자리에까지 올려 놓은 기존의 틀을 벗고 과감히 변신하기 위한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자신한테 어울릴까,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을 뒤로하고 도전한 그 용기에 감탄하는 것이다. 이것이 요즘의 시대정신이다. 과거와 같은 모습, 남과 같은 행동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하는 자에게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국내외 화장품, 의약 시장의 숨은 손이 있다. 국내에서 제조되는 화장품 5개 중 1개는 이 기업의 제품이다. 국내 제조자설계생산(ODM)의 대표주자, 한국콜마가 그 주인공. 이 기업의 성공 비결도 자신의 틀에 안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장품 제조 전문 기업이 전무했던 1990년대 당시 이 분야에 뛰어든 한국콜마는 단순 하청업체에 멈추지 않았다. 기술력을 갈고닦아 브랜드를 선도하는 기업이 된 것. 더구나 이미 검증받은 화장품 시장에만 안주하지도 않는다. 의약 시장으로 외연을 확장해 여기서도 성공을 거뒀다. 화장품 시장과 의약 시장은 각종 규제 및 경쟁 구도가 다르지만 한 분야에 멈추지 않겠다는 뚝심의 결과이다.

그러나 콜마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가장 큰 부분은 자체 브랜드를 가지지 않는 제조 전문 기업이지만 단순한 기업 간 거래(B2B) 기업의 틀을 벗어났다는 것. 사실 B2B 기업은 원청기업이 요구하는 것을 잘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콜마는 그 한계를 뛰어넘었다. 마치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기업처럼 최종 소비자에게 집중한 것이다. 자체 브랜드를 가진 B2C 기업이나 하는 소비자 조사, 마케팅 활동을 콜마도 똑같이 한다. 그렇게 축적된 트렌드 조사 결과를 브랜드 기업에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화장품 시장 트렌드를 알고 싶거나 새롭게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콜마에 많은 부분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갑'과 '을'의 관계가 바뀌었다고나 할까.
요즘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도 없다. 자신이 이미 성공한 분야, 그래서 이미 검증 받은 길을 가기도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렇게 안정된 길로만 가서는 틀을 깰 수가 없다. 내가 가보지 않은 길에 한 걸음을 내딛는 용기와 도전이 있을 때 비로소 새로운 길이 보이는 것이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 하여 새로운 시도를 보류하는 기업이 많다.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앞날이 좀 더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것. 물론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신중함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21세기 현대의 시대정신을 생각해 보자. 몇 십 년 한결 같은 모습을 보인 가수보다 팔색조처럼 변신하는 가수에게 대중은 환호를 보낸다. 그것이 '나는 가수다'가 보여주는 시대정신이다.



조미나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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