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지난달 28일 이명박 대통령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에서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동일장소, 동일노동에 대한 임금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달 15일 김황식 국무총리는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또 다시 강조했다.


정부의 하반기 국정 운영에서 '비정규직 대안 마련'이 핵심 정책으로 떠올랐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정부는 그간 '비정규직'을 개별 기업의 문제로 판단,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본격적으로 두팔 걷고 해결해보겠다는 입장의 전환을 보인 것이다. 최근 OECD도 '한국을 위한 OECD 사회정책보고서'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평등을 한국고용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비정규직이란 단어엔 한국 사회의 온갖 갈등요소들이 녹아 있다. 그만큼 휘발성이 강한 이슈다. 20대 대졸자의 취업난에서 60대 청소부 정리해고에 이르기까지 모두 '비정규직'으로 수렴된다. 한편에서 88만원 세대, 양극화의 주범이지만 또 다른 한편에선 노동시장 유연성을 지탱해주는 축이다.


비정규직은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이는 600만에서 최대 800만에 이르는 비정규직 유권자들의 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정부와 정치권 모두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란 큰 틀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각론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정부는 아직은 "공공부문에서 동일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원론만 있다. 정치권은 8월 임시 국회를 앞두고 '비정규직'에 대한 구애 작전을 펴고 있다. 민주당은 2017년까지 전체 비정규직 비율을 30%로 낮추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정규직 노동자의 80% 수준으로 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한나라당도 내달 중순까지는 비정규직 종합 대책을 내놓는다는 계획 아래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 이슈엔 '직접고용 축소를 통한 인건비 절감'이라는 자본의 논리와 '안정적 생계 보장을 위한 직접 고용'이라는 생존 논리가 응축돼 있다. 기업에게는 비용의 문제가 발생하고, 노동계입장에선 삶의 질, 고용 안정성과 직결된다.


과보호를 받고 있는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문제의 또 다른 얼굴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에는 이처럼 아직은 표면화되지 않은 심각한 갈등이 내재돼 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성 선물보따리가 이해관계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정치권의 비정규직 대책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에 대한 논의는 쏙 빠져있다.


그렇다면 과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정규직을 포함한 각 이해관계자들의 양보와 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지적한다.


비정규직 600만의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600만이 바로 내 아내, 내 아들, 딸의 또 다른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비정규직 비중이 이상 비대해지는 등 사회전체의 고용구조가 뒤틀려버리면, 그 부담은 결국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현대차 사내하청 문제도 현대차 노조와 같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양보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정규직들의 양보가 문제를 푸는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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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한국노동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권의 비정규직 논의는 사회적 안전망 확대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사실상 식물 상태인 노, 사, 정 3자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재정ㆍ사회정책연구부장은 "해고가 되도 구직활동과 직업훈련을 정부 주도로 도와줄 수 있는 튼튼한 사회안전망이 급선무"라면서 "덴마크 모델을 본따서 사회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비정규직을 사회안전망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우선 순위"라고 밝혔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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