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우정사업본부의 위상이 확인되는 순간입니다."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의 축사 중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90조원에 이르는 자산을 운용 중인 우정사업본부의 첫 번째 투자포럼에는 국내외 금융기관과 연기금, 기업인 대표 등 5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식회사 일본'에서 '주식회사 한국으로'= 글로벌 경제의 주요 이슈 및 향후 투자방향 점검에 나선 첫 번째 세션에서 패널들은 한국이 일본의 대체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국부펀드들의 자산배분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일본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투자처로 한국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역시 "주식회사 일본의 대체 상품으로서의 주식회사 한국의 의미가 커지고 있다"며 "일본이 성장 동력을 상실해 힘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마라톤이 재밌을 때는 '선두그룹 구성원에 변동 있을 때'= 윤 교수는 한국이 세계 경제의 선두그룹으로 부상할 것으로 봤다.
◆"'퍼팩트 스톰'은 모두가 행복해지는 순간 온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 한국 시장에 들어와 있던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패널들은 '금융위기가 터지지 않는 이상 한국시장의 타격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를 위해 전제돼야 할 중요한 포인트는 '신흥시장의 펀더멘털에 약이 되고 있는 선진국 수요'라고 강조했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위기의 진원은 '산업 사이클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분석됐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이 자본주의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고용과 설비투자 등 세계 경제의 많은 부분을 가져가게 됐다"며 "이에 따라 선진국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를 막아내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가 위기의 근원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조 센터장은 "유로존은 남유럽 불량국가를 독일 등 우량국가들이 전반적으로 끌어안을 수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것"이라며 "유로존 재정위기는 완전한 '해결'의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잉여자본으로 메울 수 있는 영역에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하반기 악재가 대거 몰린 '퍼팩트 스톰'이 시작될 것이라는 비관론자들이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경제가 모두 좋아졌을 때 오히려 퍼팩트 스톰이 몰려 올 것이라는 역설적인 주장도 나왔다. 황 대표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순간이 투자자로서 가장 경계해야할 순간"이라며 "강세장은 비관 속에서 태어나 회의 속에서 자란다는 말이 있듯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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