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부를 뒤흔든 대지진에 이어 거대 쓰나미의 습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긴급 대책반을 꾸리고 상황 파악에 나섰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은 해당 지역의 피해 규모였다. 취재진이 접근조차 할 수 없는 환경 탓에 보도는 피해상황을 짐작하는 수준에 그쳤고 공개되는 영상도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쓰나미 여파에 따른 주변 바다의 변화를 관측한 위성자료가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었고 수많은 언론이 이를 인용해 일본의 피해상황을 보도했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해양관측위성에 대한 주목과 함께 앞으로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이끌어냈던 순간이다.
지난해 6월 쏘아올린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은 연구원 주도로 개발된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해양관측위성이다. 천리안은 약 2.5t의 위성체로 이 중 해양위성은 80㎏ 정도의 해양관측센서를 말한다. 해양위성은 한반도 중심 적도 상공 3만5786㎞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을 아우르는 동북아 전 지역을 500m 공간해상도로 매일 8회 관측한다. 일본 대지진 사례에서 바다 색의 변화와 확산 범위, 속도 등을 분석하는 데 활용됐듯 한반도 주변 바다의 수질과 해수의 움직임, 어장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관측해 해양위성센터로 전송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검은 재앙으로 기억된 2007년 허베이스피릿호 유류 유출사고 당시에도 해양관측위성이 있었다면 피해 규모를 훨씬 축소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기름띠 확산 경로를 추적하여 체계적인 방제활동이 가능했을 것이며 어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해양관측위성을 보유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자니 씁쓸함이 많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오는 27일은 천리안 위성 발사 1주년이 되는 날이다. 발사 전 몇 차례 연기되는 등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지만 발사 성공 후 9개월간의 안정적인 시험운영을 마치고 지난 4월부터는 공식적인 자료배포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앞으로 해양관측위성을 더욱 잘 활용하고 국가적으로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많은 후속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 누적된 관측을 통한 예측과 대응이 가능해져야 한다. 바다를 연구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이용하게 된 지 30여년 만에 비로소 바다 위에서 우리 해양영토를 가꿔갈 수 있게 됐다. 앞으로는 걸음마 수준이 아닌 걷고 뛸 수 있도록 국민의 응원과 국가적 지원이 계속돼 해양관측위성 개발 및 활용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대내외에 확고히 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유주형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위성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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