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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마음의 안정을 되찾아주는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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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마음의 안정을 되찾아주는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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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로 치면 초식동물, 그것도 겁 많은 토끼나 양 정도로 분류될 것 같은 순한 눈이라고만 생각했다. 표독이나 집착 같은 감정이 그 눈에 담길 일은 없을 거라고 여겼다. 배우 이유리에 대한 이런 생각은, 하지만 과거형이다. MBC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그녀가 연기 중인 금란은 부자인 친부모를 찾아 인생역전을 이뤘으면서도 정원(김현주)에 대한 지나친 라이벌 의식 혹은 콤플렉스 때문에 정원을 괴롭히는,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악녀다.

물론 일일드라마부터 주말드라마까지, TV 편성표 속 수많은 현재진행형의 작품마다 악녀 하나 정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정원이 기획한 책의 필름을 버려 책의 인쇄를 모두 망쳤지만, 회사의 명운이나 사람의 목숨까지 건드리는 다른 악녀들보단 악행의 정도가 덜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토록 원하던 부와 자리를 얻었으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속의 구멍 때문에 조급하게 정원의 모든 것에 손을 뻗치는 금란에게선, 때로 자기파멸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단순히 욕망의 강렬함을 드러내는데 그치지 않고, 그 욕망이 불러오는 내면의 황폐함까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유리의 악녀 연기는 분명 인상적이다. 스스로 “8번 며느리 연기를 했다고 하더라” 할 정도로 KBS <엄마가 뿔났다>나 MBC <사랑해, 울지 마> 등에서 쌓아온 순종적인 이미지들을 떠올린다면 더더욱. 하지만 “사람들과 수다를 떨면 행복한 얼굴이 되니까 대기실에서 일부러 말도 안 하고 우울 모드로 지내는” 이유리 본인에게 이런 연기는 마음에 상당한 부담을 주기도 한다. 연기 바깥의 멘탈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악녀 연기를 하고 있는 그녀에게, 다시금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주는 노래들을 부탁했다.
<#10_LINE#>
1. Itzhak Perlman의 < Itzhak Perlman: A La Carte >
“흔히 ‘집시의 달’, ‘집시의 노래’라고 이야기하는 곡인데요, 저도 얼마 전 추천을 받아 들어보았는데 이 코너를 통해 다른 분들 역시 함께 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선율이 아름다운 곡이에요.” 박력 있는 도입부를 들으면 바로 ‘아, 이 곡’이라는 생각이 들 ‘Zigeunerweisen’은 대중적인 클래식은 쉬운 곡이라는 공식을 거부한다. 파가니니 이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사라사테가 만든 이 곡은, 당대에는 본인 이외에는 연주할 수 있는 이가 없다는 이야기까지 들릴 정도였다. 그만큼 테크니컬한 연주곡인데 여기 소개하는 버전의 이차크 펄만 역시 최고의 비르투오소이다.
2. Brothers Four의 < Try To Remember: Greatest Hits >
“언젠가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을 사서 듣는데 이 곡의 멜로디가 삽입되어 있더라고요. 어떤 앨범이었는지도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 멜로디만 기억이 나는데, 제목 그대로 푸른 초원이 연상되는 그런 곡이에요.” 이유리는 수많은 버전이 있는, 다시 말해 오래된 동시에 생명력이 지속되는 곡들을 많이 추천했는데 이 곡 ‘Greenfields’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브라더스 포의 버전이 원곡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포크 그룹 이지 라이더스가 불렀지만 묻혀버린 곡을 브라더스 포가 다시 불러 크게 성공했다. 이후에도 수잔 잭스, 엘리자 길카이슨 등의 가수들을 통해 리메이크되었다.

3. 줄라이 프로젝트(July Project)의 < Bridge >
“우리가 잊고 살 수도 있는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가사라서” 선택한 곡은 줄라이 프로젝트의 ‘사랑은 언제나’다. 흔히 ‘사랑장’이라고 이야기되는, 성경의 고린도전서 13장의 문구를 가사로 삼은 곡으로,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라는 구절은 크리스천이 아닌 이들에도 익숙한 내용이다. 또 역시나 익숙한 멜로디와 함께 떠오르기도 하는데 수많은 버전의 ‘사랑장’ 노래 중 줄라이 프로젝트의 < Bridge > 앨범에 수록된 ‘사랑은 언제나’를 추천한다. 유리상자의 이세준과 최고의 세션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결성한 이 듀오는 자신들의 신앙을 숨기지 않지만, 결코 직설적이지 않은 멜로디와 사운드로 누가 들어도 부담 없을만한 곡을 들려준다. 그들이 들려주는 ‘사랑은 언제나’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유리가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한 CCM 가수 송정미가 피쳐링을 맡았다.

4. Various Artists의 <오마주 투 비틀즈 (Hommage To Beatles)>
“남편이 좋아하는 곡이고 많이 들려주기도 하는” 비틀즈의 ‘Michelle’이 네 번째 추천곡이다. 수많은, 정말 수많은 명곡을 남긴 비틀즈의 디스코그래피 안에서도 손꼽히는 러브송이다. ‘미쉘, 내 사랑’이라는 표현을 ‘Michelle, Ma Belle’라는 프랑스어로 각운을 맞춰 부른 것을 비롯해 영어와 프랑스어를 섞은 것이 독특한 곡으로, 폴 매카트니가 장난삼아 프랑스어 흉내를 내며 불렀던 자작곡을 데모 삼아 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쿠스틱 기타와 멤버들의 코러스만을 반주 삼아 흘러나오는 폴 매카트니의 기교 뺀 목소리가 오히려 곡에 서정성을 더한다. 본래 ‘Girl’, ‘Norwegian Wood’ 등 수많은 명곡이 수록된 < Rubber Soul > 앨범에 수록된 곡이지만 비틀즈의 음원을 쓸 수 없어 트리뷰트 앨범 버전으로 대신한다.
5. Danielle Vidal의 < The Best Of Lovely Theme >
“다들 들으면 아실 곡이에요. ‘쁘띠 쁘띠’라는 가사가 나오는 샹송”이라고 추천한 마지막 곡은 정말 설명 그대로 모두들 알만한, 적어도 한국에선 가장 대중적일 샹송일 다니엘 비달의 ‘Pinocchio’다. 제과나 아이스크림 CF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을 정도로 귀엽고 발랄한 느낌이 강한 곡이다. 가을에게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이야기하는 화자는 피노키오의 망가진 몸에 비유해 감정을 전달한다. ‘Pinocchio’ 뿐 아니라 ‘오, 샹제리제’로 알려진 ‘Les Champs Elysees’ 등 다니엘 비달의 곡은 특유의 오밀조밀하고 깜찍한 느낌 때문에 유럽 뿐 아니라 일본과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요컨대 사랑스러운 노래다. “스트레스를 받아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자주 듣는 그런 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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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 입장으로는 금란이가 이해 안 될 때가 있죠.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좋은 방법으로 엄마를 비롯한 사람들의 마음에 들면 될 텐데, 너무 행복해서 급해지는 게 안타까워요. 다른 길로 가면 더 행복해질 수 있는데 굳이 정원이와의 경쟁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아쉽고. 그래도 금란이 본인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요. 오죽하면 그럴까.”

연기란 결국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할 때, “처음에는 눈에 힘들어가는 것도 어렵던” 이유리는 자신의 커리어 중 가장 많은 이해심을 발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연기자로서 재평가 받고 있는 그녀에 대해 단순히 악녀 프리미엄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들이 이미 검증된 시점에서 받아들인 변화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전에 했던 며느리 역할들이 싫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 작품이 새로운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변신을 더 도전적으로 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그 빤한 말에 오랜만에 진짜 묵직한 기대감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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