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압박으로 궁지에 몰린 발머 MS CEO의 고민
[아시아경제 안준영 기자, 박선미 기자]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궁지에 몰렸다. 헤지펀드 업계의 '큰 손' 그린라이트캐피털의 데이비드 아인혼 사장이 발머 CEO의 경영능력을 강하게 비판하며 하야를 요구했다.
아이혼은 지난 25일 뉴욕에서 열린 한 투자리서치 컨퍼런스에서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제조사의 리더가 과거에 갇혀 있다"며 발머 CEO를 비난했다. 아인혼은 "발머가 빌 게이츠에 뒤를 이어 지난 2000년 MS CEO직을 맡았지만 새로운 인터넷과 모바일 컴퓨터 시장에서 공격적인 경영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아이혼은 "이제는 다른 이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발머가 퇴진할 것을 요구했다.
MS는 지난 2006년 이후 IT 제왕 자리를 구글에 넘겨줬다. 주식시장에서는 애플과 IBM에 차례로 추월당하는 고배를 마셨다. MS는 지난해 애플에게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준데 이어 지난 24일 15년만에 IBM에도 시가총액을 추월당했다. 글로벌 매출 면에서는 최대 PC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발머 CEO는 경영 능력에 대한 비난을 받으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우선적으로 매출이 부진한 중국 시장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27일자에 따르면 발머 CEO는 "중국 시장에서 MS가 제대로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불법 해적판 소프트웨어(SW)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불법 SW 사용을 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사의를 표시하면서도 MS가 중국 정부와 협심해 불법 SW 소탕에 나서고 해적판 유통을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발머 CEO는 중국에서 해적판 SW가 기승을 부릴 수 밖에 없는 것이 정품 SW의 비산 가격 때문이라는 중국 내부 여론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중국에서 모두가 PC를 살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PC를 살 수 있다면 SW를 구입할 수 있는 여건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머 CEO는 "올해 MS의 중국 시장 매출이 미국의 5%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에서 PC 판매량은 거의 비슷한 상황이고, 내년께 중국은 세계 최대 PC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지만 MS의 중국쪽 매출에는 큰 구멍이 뚫려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30일로 끝난 2010 회계연도에서 MS의 중국 매출은 20억달러에도 못 미쳤다. MS의 글로벌 매출 총액 625억달러 가운데 362억달러가 미국 시장에서 나왔다.
그는 "중국에서 PC 1대당 MS가 거둘 수 있는 매출액은 인도 시장의 6분의 1에 불과하고, 중국 시장의 전체 MS 매출액은 인구 수가 1700만명이 채 안 되는 네덜란드 보다도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서의 지적 재산권 보호가 인도 만큼 만 개선된다고 해도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저작권 보호 단체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내 PC의 78%에는 해적판 SW가 깔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5년 그 비중이 86%였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줄어든 것이지만 여전히 비중은 심각할 정도로 높다.
왕치산 중국 부총리는 지난 25일 중국을 방문한 발머 CEO를 만나 중국 정부가 불법 SW를 사용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지난해부터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고 그것은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며 위로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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