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회장선거 정관개정 무효 판결
"회장선거 입후보도 못하게 한 행위"
중앙회측 "절차상 문제 없다" 반박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해 2월 정기총회를 열고 회장선거와 관련된 정관을 변경했다. 당시 변경된 정관에 따르면 회장 후보자가 되려면 정회원 대표자인 협동조합 이사장의 10분의 1 이상 추천을 받도록 했다. 이전까진 조합 추천을 받으면 누구나 선거에 나설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 김기문 회장 외 다른 후보자들의 회장 입후보를 막기 위한 개악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미리 지지의사를 밝히는 건 사전 선거운동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감독관청에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엔 김용구 자유선진당 의원 등 전임 회장단 5명이 정관변경에 반대하며 건의문을 중앙회 회원들과 중소기업청장에게 보냈다. 반면 중앙회는 "선거난립을 막기 위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이 났다"고 맞섰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당시 논란에서 정관변경이 개악이라는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는 한국철강공업협동조합 박상건 이사장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개정결의된 정관은 무효라고 지난 13일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회원의 10분의 1 이상 추천을 받아야 후보로 나설 수 있게 한 내용은 상위법에 저촉해 회원들의 피선거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복추천을 하지 못하게 하고 짧은 기간에 많은 수의 추천을 받아야 후보로 나설 수 있게 한 점이나 선거를 위해 구성된 위원회 역시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법원은 무효판결을 내렸다. 박 이사장은 "당시 정관을 개정한 건 회장선거에 입후보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든 행위"라며 "김기문 회장의 연임을 목적으로 정관이 개악됐다는 걸 법원이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당장 중앙회 회장의 사퇴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앙회측은 당시 정관변경이나 선거과정에서 절차상 하자는 없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올초 선거에서 선거관리위원회장을 맡았던 서병문 BM금속 대표는 "(법원 판결에 인용된)조합원 숫자가 잘못됐고 현 회장에게 유리하다는 판결내용도 잘못 해석됐다"며 "판결문 접수 후 바로 항소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흠집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송을 제기한 박 이사장은 김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법적자격을 잃었기에 즉각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선거에 당선된 후 김 회장이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던 일부 이사장을 회유했다"며 "법적자격을 잃은 건 물론 윤리적·도의적으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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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과정을 철저히 숨긴 중앙회의 처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중앙회는 박 이사장으로부터 피소당한 사실을 함구한 것은 물론 1심 판결 후에도 이같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판결내용은 10여일이 지난 뒤인 25일 박 이사장이 공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박 이사장은 "판결이 나온 지 열흘 가까이 지나도록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김 회장이 그만큼 무책임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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