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해적재판', 알-자지라도 주목한다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23일 오전 10시40분. 부산지법 301호 법정에 '테러 보도'로 명성이 높은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카메라가 등장했다. 국내 첫 '해적재판'인 삼호주얼리호 납치 해적들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법정이었다. "이번 사건은 국제 언론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알-자지라 영어채널 소속 해리 포셋 기자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멀리 부산까지 날아와 취재에 임하는 배경을 이렇게 요약했다. 알-자지라가 해적재판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건 다름아닌 아프리카 시장 때문. 포셋 기자는 "알-자지라는 영어를 쓰는 아프리카 국가에 많은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어 직접 부산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포셋 기자는 이번 사건 재판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해적의 선박 피랍 사건은 어느 나라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한국 사법 당국의 조치가 국제적 '교과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셋 기자는 "사법 관할권 논란이 있긴 했지만 한국이 해적을 압송해 사법처리 하는 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라면서 "이번 재판은 생포한 해적을 사법처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셋 기자는 또 "삼호주얼리호가 피랍된 곳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해상교통로 중 한 곳이어서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이번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계속 취재할 것"이라고 했다.
알-자지라를 포함해 미국 CNN, 일본 아사히TV 등 해외 유수 언론의 관심 속에 형사합의5부(김진석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날 재판에는 아라이(23)ㆍ아울 브랄렛(18)ㆍ압둘라 알리(23)ㆍ아부카드 애맨 알리(21) 등 지난 1월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가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 4명이 피고인석에 자리했다.
재판은 검찰과 변호인 사이 공방으로 뜨거웠다. 검찰은 "아라이가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에게 총을 난사해 살해하려 했다"고 주장했고 변호인 측은 "석 선장 몸에서 나온 탄환 가운데 2발은 해군 총탄이었고 1발은 불분명하며 나머지 1발은 해적 총탄의 유탄으로 밝혀졌다"면서 "해적들이 석 선장에게 총을 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에대해 "해적들이 선원들을 인간방패로 내세웠다"고 하자 변호인 측은 "해적들이 선원들을 배 밖으로 내보낸 건 선원들이 안전하다는 걸 보여주고 총을 못 쏘게 하려는 것이었다"고 맞섰다. 이후 재판부가 "변호인 의견과 같은 생각이냐"고 아라이에게 묻자, 아라이는 "나는 사람을 죽인 적이 없다. 살인자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라이의 변명은 재판 관계자들에게 한 번에 이해되지 않았다. 소말리아어였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에는 소말리아어 통역사 2명, 영어 통역사 2명 등 통역사 4명이 참여했다. 아라이의 말은 소말리아어 통역사를 통해 영어로 바뀌었고, 영어 통역사를 통해 다시 한국어로 옮겨졌다. 재판부는 5일 동안 재판을 열어 배심원 평결을 거친 뒤 오는 27일 선고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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