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에 저당잡힌 보물들은 어디로?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성정은 기자] 월인석보(月印釋譜) 권9ㆍ10(보물 745-3호)을 비롯한 보물 18점과 고서화 등 고미술품 1000여점. 부산저축은행 금융비리로 구속된 김민영(65) 부산저축은행장이 보유하던 문화재다. 김씨는 불교문화재 수집가로도 이름이 난 인물이다. 부산저축은행 비리 의혹을 수사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김씨 소유 문화재 1000여점을 압수해 보관중이라고 24일 밝혔다. 검찰이 이들 값진 문화재를 대거 확보하면서 이번 사태를 둘러싼 세간의 관심 상당부분이 유물의 행보로 옮겨가고 있다.
첫 번째 관심사는 유물이 어디에 보관 될 지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번에 압수된 유물 1000여점은 일단 국립 '고궁박물관'으로 거처를 옮겨 임시 보관될 전망이다. 검찰이 유물 훼손 등을 우려해 문화재청에 보관 협조를 구하면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검찰의 요구에 따라 현재 문화재청 소속 기관인 고궁박물관과 보관 문제를 협의중"이라면서 "최종 결정이 되면 유물들은 사법기관의 책임 하에 고궁박물관에 임시 보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시 거처가 마련되더라도 유물들이 당장 일반에 공개되진 않는다. 고궁박물관 관계자는 "압수물을 보관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전시를 할 순 없고 수장고로 옮겨 보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으로 기다리는 절차는 '공매'다. 공매란 공공기관이 법률에 의해 물건을 강제 처분해 돈으로 바꾸는 일이다. 검찰은 문제의 문화재 1000여점을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손해배상채무 담보격으로 압수했다. 김씨의 범행에 따른 피해배상 등에 쓰일 '저당잡힌 물건'이란 뜻이다. 처리는 예금보험공사가 맡는다. 예보는 재판을 통해 김씨의 배상규모가 확정되는대로 문화재들을 공매에 부칠 예정이다. 공매를 통해 거둬진 돈은 부산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등에 쓰인다.
최대 관심사인 마지막 절차는 과연 이들 문화재가 누구의 손으로 넘어가느냐다. 공익 측면에서 보자면 공공기관이 사들여 일반에 공개 또는 전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규모나 액수를 감안하면 그렇게 되긴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들 문화재는 모두 합쳐 최소 1000억원을 호가할 것이란 게 문화계 안팎의 분석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소유한 민간 자산가가 사들여 전시하는 게 문화재들의 가장 바람직한 처리 방향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든 공개 또는 전시가 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재의 가치를 향유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씨는 딸 소유의 보물 제1659호 '석봉(石峰) 천자문' 목판 초간본은 검찰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보유중인 것으로 알려진 보물 948-2호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언해 권3' 또한 김씨 아들 소유라서 이번 제출 목록에 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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