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의 경제학] 한번 오른 벽지값은 왜 내리지 않을까?
[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서로 짜고 벽지값을 끌어 올렸던 벽지업체 13곳이 공정거래위원회에게서 19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그렇다면 담합으로 가격이 오른 벽지값은 내렸을까?
그렇지는 않다. 이들은 2008년에 아파트처럼 대규모 공사에 넘겨지는 벽지를 5000원대에 시장에 팔기로 합의한 혐의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그런데 지금 벽지는 시중에서 6000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담합 때보다 오히려 가격이 오른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될까. 공정위가 과거 담합을 이유로 가격을 임의적으로 내릴 권한이 없을 뿐더러,상품의 '적정가격'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벽지업체들의 수익에서 담합으로 거둬들인 부당이득을 제거하면 적정한 벽지가격이 산출된다. 그러나 부당이득이 얼마인지를 계산하기가 쉽지 않다. 과징금 역시 이런 이유로 부당이득 대신 다른 기준으로 책정된다. 최영근 공정위 카르텔조사국 카르텔조사과장은 "위반행위 기간 동안 관련상품ㆍ용역 매출액의 1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매긴다"고 설명했다. 매출액이 과징금 산정 기준이란 뜻이다. 여기서 각 기업마다 중대한 위반행위가 있는지 등에 따라 구체적 과징금이 정해진다.
과징금엔 또 숨겨지는 항목이 있다. 각 기업들이 과징금을 얼마씩 부과받았다고는 발표해도, '실제로 얼마를 냈는가'는 공개되지 않는다.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 제도 때문이다. 이는 담합에 가담한 기업이라도 공정위에 죄를 고백하면 과징금을 면제받는 제도다. 또, 공정위의 자체조사로 담합이 밝혀졌는지, 자진신고로 밝혀졌는지도 비밀이다. 이번 벽지 담합 역시 자진신고로 드러났는지에 대해 공정위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일종의 증인보호제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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