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자 도시 원저우는 '중년의 위기'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내 부자 도시 저장성(浙江省) 원저우(溫州)가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다. 30여년간 도시 성장을 이끌었던 주역인 제조업체 사장들과 상인들이 회사의 몸집을 키우기 보다는 공장 문을 닫고 쉽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주식, 부동산, 원자재 시장에 돈을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신발, 넥타이, 담배, 라이터 등 다양한 소비재 분야에 발을 담구고 있던 제조업체들이 최근 임금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축소되자 회사 문을 닫거나 회사의 잉여자본을 주식, 부동산, 상품 투자에 쏟아 붓고 있다고 4일 차이나데일리가 보도했다.
수익성 악화로 원저우 내 신발 공장 수는 급감했다. 2008년 금융위기 전만 해도 원저우 내 신발 공장 수는 6000개 가량 됐지만, 지금은 그 수가 2000개로 줄었다. 2009년 1분기 신발 제조업체들이 신발 공장에 투자한 돈은 6억2500만위안으로 1년 전 보다 그 규모가 45.8% 줄었다.
평소 화물을 운반하던 트럭과 사람들로 붐비던 우톈(Wutian) 도로는 황량하다. 문 닫은 라이터 제조 공장 문 앞에서 70세 노인이 앉아 터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노인이 2002년 공장에 고용될 당시만 해도 이 라이터 공장에서는 70여명의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2007년에는 근로자 수가 300명까지 급증할 정도로 공장이 잘 돌아 갔지만, 중국과 해외에서 주문이 줄면서 사람들이 공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올해 설 연휴를 지낸 후에는 아무도 공장에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원저우에서 과거 제조업을 통해 돈을 번 부자들은 투자의 달콤한 맛에 빠졌다.
원저우에서 공장 문을 닫고 전업 투자가로 활동한 초기 멤버 정방궈씨는 3년 동안 운영하던 산업용 밸브 제조 공장의 문을 닫고 오래 전 부동산 투자에서 큰 돈을 벌게 된 얘기를 털어놨다.
그는 "공장을 운영해서는 더 이상 돈을 벌기 힘들다고 느끼고 1993년 공장 문을 닫고 전 재산 200만위안을 원저우 일대 부동산에 투자했다"며 "당시 부동산시장이 막 떠오르는 초기였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제조 공장을 운영하는 동안에 5% 수익을 내기가 빠듯했다면, 부동산 투자는 시작한지 3년만에 50%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고 말했다.
원저우는 지난해 4분기 기준 부동산 평균 거래 가격이 1㎡당 2만8000위안으로 중국 내 최고 수준이다.
일부 부자들은 원저우에서 성행하고 있는 '지하 금융'을 통해 돈을 불린다. 원저우 중소기업 대상으로 사업 컨설팅을 하는 저우더원씨는 "이 지역 개인 사업자 대부분은 운영 자금의 3분의 1은 제조업에 쏟아 붓지만, 나머지 3분의 1씩은 부동산과 금융 투자에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저우에서 제조업에 종사하는 개인사업자들이 투자업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며 "요즘 제조업은 늘 수익을 내는데 어렵지만 부동산은 30% 이상의 고수익이 보장되고 다른 금융 투자도 제조업 보다는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원저우가 최근 제조업이 아닌 투자의 중심지로 떠오를 수 있는 데에는 원저우에 부자들이 많은 것이 한 몫 했다. 지난해 지역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920억위안을 넘었고, GDP 증가율은 11%에 달했다. 원저우 시민들의 평균 소득은 3만1201위안(약 4807달러)이다. 중국 전역 도시 거주민들의 평균 소득이 2만1033위안인 것과 비교하면 높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도 인플레이션과 위안화 절상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자금 유출을 유도하기 위해 원저우 시민들의 투자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개인이 연간 5만 달러 상당의 외화만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 사실상 개인의 해외 직접투자의 길을 제도적으로 막고 있다. 하지만 올 초 원저우 지역 정부는 해외직접투자 허용에 대한 발표를 통해 시민 1인당 단일 투자항목에 300만달러 미만을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당 연 직접투자 한도는 2억 달러로 사실상 해외직접투자의 문이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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