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상준 기자의 CINEMASCOPE - '울트라 미라클 러브 스토리'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순간 귀를 의심했다. 정신 나간 국내 수입사가 최대한 자극적으로 낯간지럽게 제멋대로 고친 번역제일거라 확신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작은 일본 영화의 원래 제목은 ‘우루토라 미라크루 라브 스토리 ウルトラミラクルラブストリ’다. '러브 스토리'는 그렇다고 치자. 도대체 극 중 어떤 기가 막힌 상황이 펼쳐지길래 ‘울트라 미라클’ 이라는 말이 따라 붙었을까?
‘울트라 미라클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 요진(마츠야마 켄이치 분)은 아오모리의 시골 마을에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순수한 청년이다. 사실 ‘순수한’ 이라는 수식어만으로 그를 설명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정신지체장애인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엉뚱한 일련의 행동은 맥락도 없고 이유도 없다. 마치 ‘머리 속에 뇌가 없는 듯’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다. 그런데 이런 그 앞에 도쿄에서 온 아름다운 유치원 교사 마치코(아소 쿠미코 분)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제부터 요진의 마치코를 향한 엉뚱발랄한 ‘울트라 미라클’ 사랑 구애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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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울트라 미라클 러브 스토리’의 전반부는 평범하다. 사랑에 배신당해 상처 입고 낙향한 도시 여자와 나사가 반쯤 풀린 것 같은 엽기적인 시골 남자의 고만고만한 사랑 이야기로 끝까지 이어질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길 무렵 영화는 본격적으로 그 본색을 드러낸다. 저 세상 사람인 할아버지의 유기농 농사법으로 농사를 짓는 탓에 요진의 배추밭은 벌레가 들끓는다. 골치를 썩이던 요진은 그토록 손에 넣길 원하던 ‘농약’으로 전신 샤워를 한 후 급속도로 똑똑해진다. 혼슈의 작은 시골 마을 아오모리가 판타지 월드로 변하는 것은 이때부터다. 교통 사고로 머리가 날아가 사망한 마치코의 옛 남자가 시골길을 걷고 요진은 심장이 멎어도 다시 살아난다. 충격적인 결말 부에 오면 절로 고개를 치게 된다. 요진은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 스스로 ‘진화’의 방식을 선택한다. 가장 효과적이고도 애절한, 요진만의 프러포즈 방식이다. 그의 바람대로 마치코 역시 마음의 문을 연다.
지난 2009년에 제작된 ‘울트라 미라클 러브 스토리’는 그 해 일본의 대표적인 영화전문지들인 ‘키네마준보’와 ‘영화예술’이 선정한 일본 영화 베스트 10에 올랐으며, 영화의 감독인 요코하마 사코토는 이 영화로 단숨에 천재 감독의 탄생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공포 영화 ‘데스 노트’의 다크 서클 청년 ‘L’ 역의 마츠야마 켄이치의 순진무구한 시골 청년 연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결말이지만 극 중 요진이 그랬던 것처럼 이성이 아닌, 절절한 감성으로 영화를 보면 좋다. ‘울트라 미라클’은 요진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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