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김윤식 교수가 '외롭고 불안한' 젊은이들에게 건넨 위로는?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 조유진 기자]"명동에 나가보면 여자 구두 파는 가게가 많죠. 여자들은 다음 날 신을 구두를 전날 밤부터 고민하기 시작해요. 선택에는 완벽이 없고 모두 불확실하기 때문에 고민이 생기는 것. 그런 고민이 바로 자유예요."
지난 5일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고독과 불안'을 전염병처럼 앓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지금 세대는 모두가 그런 고민을 가슴에 품고 있으며 이는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이날 오후 3시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단장 김성민)의 초청으로 '분단된 조국, 나의 삶과 우리문학'을 주제로 강연한 김 교수는 '자유'를 위한 필연적인 조건이 혼자있음과 불안함 그리고 무서움이라는 얘기를 들려줬다.
어떤 인간도 이런 고독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인간이 처한 '운명'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고독한 운명을 이겨내는 힘을 길러야 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화두이자 의무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비싼 등록금과 대여 장학금 이자에 허덕이고, 스펙 쌓기에 몰두해도 취직은 요원한 요즘 대학생들이 새겨들을 만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강연내내 기자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가장 넘어서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세대 간의 인식 차이인 것 같다고 입을 연 김 교수는 자신이 속한 세대부터 먼저 설명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교실마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이 붙어있고 이를 외워야했던 세대는 태어난 이유가 '국가'로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란 세대는 경제규모를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까지 올려놓았지만 '국가를 위한, 국가에 의한, 국가의 사고'를 강요받아야 했다.
반면에 지금 젊은이들은 도박에서 여러가지 패를 들고 있는 것처럼 자유로워졌다는 것이 김 교수의 분석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가 보다. 요즘 젊은 세대는 자유가 주어지다 못해 때론 잉여로 남아 이것이 고독과 불안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칠판에 '피역성(被投性, 던져짐을 당했다는 특성)'을 커다랗게 적은 김 교수는 "누구도 원해서 태어난 사람은 없으며 우리는 다만 태어나졌을 따름이다. 모두는 던져진 존재(Geworfenheit), 그것도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에 혼자 던져졌다. 따라서 불안해 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무서움에 오돌오돌 떨지 않으면 안 되었다. '혼자있음(Einsamkeit)', '불안(Angst)', '무서움(Furcht)'이 여러분 본래의 모습이다."라며 이것을 이겨낼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또 "지금의 20대는 초등학교부터 대학 입학까지 부모의 관리 아래 최적의 교육과 과보호속에 성장했다"며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회나 환경이 주어지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그는 "자유는 결국 계획(Entwurf)을 향해가는 선택의 연속일 따름"이라며 "'나'는 누구이고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자신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로지 자신만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선택에 정답은 있을 수 없으며, 자유 의지 아래 자신의 선택을 존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따름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강연을 들은 김성옥(25, 건국대 국어국문학과)씨는 "사람은 던져진 존재이고 자유의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문학과 관련해 이날 김 교수는 "통일문학이라는 주제는 대한민국 전체가 풀어야할 거대한 과제인데 한국근대 문학은 '근대'에 초점을 맞춰왔으며 '근대'는 '국가'와 '자본제'라는 두 가지 양식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조유진 기자 t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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