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한사람이 일곱채씩이나..." 실수요 들러리 세운 할인분양
마포 펜트라우스, 당첨순위 따라 무한대 분양에 ‘소란’..'악성 미분양' 면했지만..
마포 펜트라우스 할인분양 현장에 190여명이 몰려 들었다. 사진은 할인분양 추첨권 1번 당첨자가 실거주용 84㎡ 7채를 한꺼번에 '싹쓸이'하자 좌석에서 일어나 항의하는 계약희망자들의 모습.
[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 "190명이 왔으면 190번까지 돌고 191번부터 다시 기회를 줘야지 잘못된 것 아닙니까?"
6일 마포구 신공덕동 '마포 펜트라우스 분양현장에는 고성이 오갔다. 사업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조합이 입주를 한 달 앞두고 최고 2억4767만원까지 할인분양을 하면서 일단 흥행에 성공했다.
입도선매(立稻先賣). 서울 송파구 노후아파트에서 새집으로 이사 오려고 분양 현장을 찾은 정모(53)씨는 추첨권 1번을 쥔 계약자가 가장 인기가 높은 전용면적 84㎡ 7가구를 '싹쓸이'하자 분개했다.
◇입도선매에 계약희망자들 분통=정씨를 비롯한 계약희망자들의 언성이 높아진 것은 한 사람이 계약금(5%)만 내면 여러 가구를 분양받아도 상관없다는 원칙 때문이다.
이들은 '1인 1가구' 분양이 아니면 앞 번호를 뽑은 사람이 여러 가구를 분양받아 전매하는 '거래'가 가능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순서표 추첨은 '공정한 게임'처럼 인식됐지만 1번이 실거주 평형인 84㎡ 로얄층을 7가구나 가져가져 상황이 달라졌다. LH는 계약이 시작된 이날 오전 10시까지 온 190여명을 상대로 '101동 101호' 같이 콕 찍어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추첨했다.
줄 선 순서대로 추첨하면 전날부터 밤을 새고 장사진을 칠 것을 우려해서다. 결국 LH의 의도여부와 상관없이 투기꾼의 입도선매를 방조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LH와 조합 분양 관계자가 "입주자모집공고를 통해 미리 알렸던 내용이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혼란이 있었던 점은 사과한다"고 알렸지만 추첨이 이어지는 동안 현장은 소란스러웠다.
이날 계약결과 실거주용으로 인기있는 중형 평형만 바닥이 났다. 미분양 251가구 가운데 84㎡는 3가지 유형 중 B유형 3~4가구만 남기고 모두 현장에서 계약됐다. 103㎡, 104㎡도 상당수 팔렸다. 가장 큰 평형으로 2억4767만원이 할인된 152㎡는 40가구 중 1가구만 팔렸다.
현장을 지켜보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중형 평형은 사업지 근처가 여의도라 직장인들에게 전세로 인기가 많을 것"이라며 "투자목적으로 왔다면 할인분양의 덕을 톡톡히 보고 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계약금만 내면 한 동 전체를 사도 돼..실거주자 "들러리 된 기분"= 문제가 된 입주자모집공고 내용은 '본인 또는 대리인 여부에 관계없이 추첨 당일 참석자 1인당 1개의 동호지정 번호를 부여하며 1인당 동호지정 개수는 제한이 없이 다수의 동호를 지정하여 계약체결할 수 있음'이라는 구절이다. 마포 펜트라우스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계약 후 즉시 전매가 가능하다.
이날 나눠준 순서표 추첨 방법은 합리적으로 보였지만 모순이 있었다. 입주자모집공고에는 '1인이 2개 이상의 동호지정 번호를 부여받는 경우 당해 동호지정 순번 및 계약은 모두 무효처리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일부 계약자들은 부동산업자와 일가친척을 동원해 순서표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피해갔다.
분양사무실 뒷편에서 팔짱을 끼고 혼란스러운 현장을 지켜보던 한 50대 남성은 "분양사무실에 가서 반발해봤지만 입주자모집공고에 썼다고 내미니 할 말이 없다"며 "실거주를 목적으로 와 봤더니 투기꾼들이 앞에 싹쓸어갔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신혼집 마련을 위해 온 30대 부부는 "7가구씩 사들이는 사람을 보니 여기에 실거주자는 우리만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든다"며 "결국 계약금만 갖고 오면 한 동을 다 사도 된다는 얘긴데 시간이 지날수록 들러리가 된 기분이다"며 허탈해 했다.
◇은행도 '새 먹을거리' 입주잔금대출 시범사업장에 관심=LH와 잔금대출 협약을 맺은 우리은행에는 마포 펜트라우스가 신상품 '시범사업장'이었다.
은행이 새로 만든 입주잔금대출상품은 분양잔금을 다 치루지 않은 상태에서는 신용대출을 해주고 연말에 잔금납부가 끝나면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해 주는 형태다.
LH 관계자는 "LH의 공신력을 믿고 은행도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짠 것 갔다"며 "은행 본점에서도 마포사업장을 시범단지로 생각하고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마포 펜트라우스 분양대금 납부조건은 ▲계약금(계약 시) 5% ▲입주지정기간(5월31일~6월29일) 내 잔금 45% ▲분양잔금(12월30일까지) 50%다. 84㎡(A형) 101동 2층 기준으로 분양가 6억1856만원 중 계약금 3200만원과 입주잔금 2억7728만원을 내면 5월31일 열쇠를 받아 입주가 가능하다. 융자를 많이 받는 계약자는 은행이 가장 선호하는 손님이다.
마포 펜트라우스는 사연 많은 사업장이다.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짓는 재개발단지로 2009년 일반분양 251가구를 내놨지만 조합원 부담을 줄이려고 분양가를 높였다가 대부분 미분양 상태로 남았다.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악성 미분양에 대한 염려때문에 파격적인 할인분양에 나섰다. 큰 폭의 할인분양이 성사된 것은 이자부담 우려한 조합원들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LH도 빨리 미분양 사업장을 털어버려야 한다는 생각에 투기 사각지대를 방조하는 결과를 낳았다.
서홍원 LH 서울마포사업단 판매부장은 "일반분양에서 95%가 미달됐던 사업장으로 입주는 당장 5월말로 다가왔는데 빈집이 수두룩해서 특단의 판촉전략을 썼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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