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놔둔 정부, "기름값 잡겠다" 空대책 남발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정부가 5일 내놓은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촉진방안은 유류세 인하를 빼고는 사실상 기름값 대책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단기,중장기로 정부가 마련하겠다는 대책 가운데 상당부분은 그간에 나온 대책의 중언부언이고 일부 대책은 실효성은 물론 도입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대책도 적지 않다.
현재 공개되고 있는 정유사의 판매가격은 모든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전체 평균가격이지만, 향후 대리점, 주유소 등 판매대상별 각각의 평균가격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유업계는 사실상의 원가공개와 영업비밀 침해라고 반발해왔다.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했으나 국회를 넘지 못했다.
정부는 법률상의 문제가 없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상반기까지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나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도 나가지 않은 재탕정책이다. 자가폴과 농협폴, 제 6독립폴 확대 등은 4개 정유사가 94%이상을 과점하는 형태에서 실효성에서 의문이 든다. 주유소 설립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들은 기존 주유소들의 눈치와 압력에 대형마트 주유소, 농협주유소 등의 신설 등에 대해 허가를 내주지 않고 버티는 일이 다반사다.
제 6의 독립폴 신설도 정부가 하겠다고 구상만 밝힌 상태. 농협주유소와 비슷한 형태라면 농협에 버금하는 단체에서 주유소사업을 해야 한다. 단체 내부는 물론 기존 정유사들의 반대와 견제가 불보듯 뻔하다.
정부는 국내의 수급상황을 반영해 석유제품 가격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석유제품 거래시장을 개설하겠다고 했다. 연말까지 한국거래소에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해 다수 판매자와 구매자가 온라인에서 석유제품을 매매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거래가 늘고 참여자가 많을 경우에는 국내 석유제품의 가격기준이 생겨 자가폴이나 독립폴이 시장을 이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정유사가 제기하는 가격에만 의지하던 정유사폴 주유소업체들도 전자거래를 통해 형성된 가격을 참고 할 수 있다. 정유사와 시장가격 차이가 클 경우 정유사에 가격 인하 등을 요구할 수 있는 협상력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정부는 2012년에는 석유제품 선물시장도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석유전자상거래는 이미 10년 전에 실패로 돌아갔다. 석유공사가 2000년 4월 민간회사와 합작을 통한 지분참여 방식으로 별도 법인을 설립해 인터넷을 이용한 석유 전자상거래 사업을 추진했었다.
당시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가 반대했고 공사 이사회조차 유보 결정을 했으나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무산됐었다. 지경부는 정유사-대리점-주유소의 수직적인 거래관행을 깨고, 많은 석유사업자들이 석유제품 거래시장에 참여하도록, 전자상거래 참여시 법인세, 소득세 감면 등 인센티브 부여, 법적기반 수립 등의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이 사업은 자가폴과 농협폴, 석유수입업체 등 판매자간의 경쟁이 많아야 가격인하와 구매자 확대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치솟아 수입을 통한 마진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석유수입업체들은 현재 10곳도 남지 않고 있다.
정부는 중장기 과제로 특정 정유사폴 주유소가 별도의 표시(예 혼합판매) 없이도 다른 정유사 제품 또는 혼합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현재는 정유사폴 주유소에서 타정유사 제품 또는 혼합판매시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표시하고 원칙적으로 저장탱크, 주유기를 분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 조건을 완화하기 위해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법률적 검토를 거쳐 모범거래기준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정유사 간판을 사실상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그간 막대한 마케팅비용과 연구개발을 통해 브랜드이미지를 제고시켰는데 자사 폴 주유소가 다른 정유사의 제품 판매를 놔두는 업체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공기업인 석유공사의 석유제품 도매업 허용안에 대해서는 공기업이 민간기업과 경쟁이 가능하겠느냐면서 주무부처인 지경부조차 현실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신용카드의 주유소 신용카드 할인 수수료가 획일화된 1.5%라고 문제가 있다고 보고 담합여부 등을 따져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4대 정유사 외에 자가폴, 농협 등 전체 주유소로 이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하면서도 획일화된 수수료를 개선하면 규모가 적은 자가폴, 농협은 수수료가 기존 정유사보다 높아야하고 할인효과도 반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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