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각 일화당에서는 매주 월, 화, 수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국악 런치 콘서트 '자미(滋味)'가 열린다. 제주도 방언으로 재미를 뜻하는 '자미'는 영양 많은 좋은 음식을 말하기도 한다. 전통찻집, 전통공연장, 한식당을 아우르는 삼청각에서 열리는 '자미'는 말 그대로 재미있는 음악과 맛있는 식사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맛과 멋을 함께 즐기는 오감만족 콘서트를 표방하는 '자미'에 28일 오후 다녀왔다.
경기민요 연주가 끝나자 청아랑의 문신원 음악감독이 무대 위로 올랐다. 아는 만큼 들리는 법이라고 말한 문 감독은 청아랑 단원을 한 명씩 소개하며 악기 소리를 하나씩 들어보라고 했다. 문 감독의 말이 맞았다. 악기의 소리를 들은 뒤 듣는 앙상블의 연주는 한오백년을 들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가야금과 대금, 해금 등 8개가 넘는 전통 악기가 함께 만드는 가락 속에 녹아 든 악기 소리가 귀에 더 가까이 들려왔다.
풍년을 경축한다는 의미로 궁중행사 축하 음악으로 쓰인 '경풍년'에서 독일의 성악가 니콜레 플리그(Nicole Flieg)의 대표곡 'Little Peace'로 이어진 공연은 영화 '미션'의 주제곡으로도 잘 알려진 'Nella Fantasia' 연주로 계속됐다. 국악만 듣기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전통 악기를 타고 흐르는 외국 곡의 선율도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전통 관악기 가운데 가장 높은 음역 대를 연주한다는 소금으로 시작된 'Nella Fantasia'는 대금과 가야금, 생황, 해금 소리가 더해지며 절정에 이르렀다. 이어진 스페인 그룹의 곡 'Eres Tu'도 그랬다. 전통 악기로 새롭게 연주된 외국 곡들이 끝난 뒤 터져 나온 박수 소리는 유난히 더 컸다.
자미가 즐거운 건 아름다운 음악과 춤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미에는 맛있는 음식과 푸른 자연, 한옥의 멋들어진 자태가 함께 한다. 공연이 끝나면 월요일에는 갈비찜, 화요일엔 산채비빔밥, 수요일은 불고기 덮밥이 점심 식사로 나온다. 계절 죽과 전채요리를 시작으로 관자요리, 잡채, 메인 요리로 이어지는 자미정식은 공연이 남긴 여운을 즐기며 먹기에 썩 괜찮다.
두텁떡과 전통 차로 마무리되는 식사를 끝내고 일화당을 나서면 자미가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삼청각에는 일화당 외에 별채인 청천당(聽泉堂), 천추당(千推堂), 취한당(翠寒堂), 동백헌(東白軒), 유하정(幽霞亭)이 있다. 이들 별채에서는 각종 세미나, 연회, 약혼식, 기업행사, 가족 모임 등이 열리기도 한다. 별다른 행사가 없다면 공연이 끝난 뒤 이들 건물을 둘러보는 것도 가능하다. 봄의 맑은 물소리로 마음과 정신을 씻는 청천당과 북악산의 노을을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유하정을 추천한다. 맛과 소리, 한옥의 아름다움, 푸른 자연을 한 번에 느끼고 싶다면 삼청각 런치 콘서트 자미를 찾아보라. 그 곳에 눈과 귀, 입을 즐겁게 해 줄 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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