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거래, 90%가 중고…부작용 우려도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가정주부 박희은(34)씨는 요즘 피아노 구입을 두고 고민이 많다. 이제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위해 구입을 마음먹었지만 비싼 가격 탓에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 대신 박씨는 중고 피아노를 알아보는 중이다. 그는 "가격이 절반도 안되니 눈길이 간다"며 "직접 매장에 가서 봤는데 겉모습으로는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중고 피아노 매매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고 피아노 거래 비율은 전체 대비 9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고 비율은 지난 2003년 중고 거래가 모습을 드러낸 이후 점차 증가해 왔다. 신품 거래 비율을 본격적으로 앞선 것은 지난 2007년께다. 중고 거래가 시작된 지 불과 8년 만에 피아노 시장 대부분을 잠식한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성장세는 디지털 피아노 등장, 취학아동 감소 등으로 전체 피아노 시장 자체는 줄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전체 시장규모는 작아지는데 그 안에서 중고 거래만 늘고 있는 것이다.
피아노 중고 거래는 소비자보다 오히려 판매자가 적극 권장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신품 매매보다 높은 마진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 거래 마진은 중고품 매입가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70만~80만원 선에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140만~150만원에 판매하는 식이다. 판매업자들이 중고 피아노를 두고 '돈 되는 아이템'이라 부르는 이유다.
반면 신품 거래 마진은 중고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8년간 악기업체 대리점을 운영해 온 김모씨는 "신품 팔아서는 중고만큼 남길 수 없으니 다들 중고 거래에 매달리는 것"이라며 "신품만 팔아서는 대리점 유지가 어려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판매자들이 중고 거래량을 늘리는 데만 매달려 소비자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한다는 지적도 있다. '90년대 피아노 제조 기술이 좋다'거나 '저렴한 피아노를 구입하는 게 경제적', '중고라도 수리했으니 문제 없다'는 등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과장된 정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창악기 관계자는 "피아노는 해머, 현 등 내부 부품이 중요한데 대부분 소비자는 외견만 보고 중고를 구매한다"며 "구입 후 조율비와 수선비를 고려하면 오히려 신품보다 더 비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왕 중고를 구매할 거라면 전문가와 동행해 꼼꼼히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며 "저렴한 피아노를 원한다면 오히려 디지털피아노가 바른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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