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피아노, 소리 장인이 손모은 '땀의 명품'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삼익악기 그랜드피아노 국내생산 고집
'최상의 음' 위해 현·액션·해머 쉼없는 조정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검은색 스폰지로 사방이 막힌 작은 방. 틈 하나 없이 밀폐된 이곳에 소리 하나가 울려 퍼진다. '음'에 서툰 사람도 그 소리를 '맑고 청아하다'고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을 법 했다.
이어지는 '음'은 조금씩 형태를 바꿔가며 작은 공간의 공기를 진동시켰다. 예민하게 귀를 기울인 김부환 직장(職長)은 단조롭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음 사이에서 '장인'만이 느낄 수 있는 미세한 차이를 잡아냈다. 이곳은 피아노의 목소리인 음색을 완성하는 '득음의 방'이다.

26년째 피아노를 만들어온 김 직장이 조율하고 있는 피아노는 주로 공연에 쓰이는 그랜드피아노 '280'이다. 전문 연주가가 다루는 만큼 음색이 뛰어나야 하고 울림도 커야 하는 모델이다. 280㎝에 달하는 길이는 깊은 울림을, 현의 당김은 정확한 음을 만들어낸다.

그는 "피아노 몸체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원하는 음을 내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과 타건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음의 차이를 표현할 수 있느냐가 기술"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후 인천시 부평산업단지내 삼익악기 공장. 피아노에 건반과 해머 등을 조립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약 20여명의 피아노 제작 전문가들이 각자 담당 부분을 책임진다. 이들이 하루 종일 작업해야 겨우 한대의 그랜드피아노를 만들 수 있다.

이마저도 자동화가 가능한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피아노 프레임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재혁 기술팀 차장은 "건반의 높낮이나 현을 치는 해머의 위치 등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심한 작업이 필요하다"며 "특히 고객의 취향에 따라 음색을 맞추는 과정이 손이 많이 간다"고 설명했다.

제품을 다 조립했다고 해도 원하는 소리를 내기까지 부품이 제자리를 찾는 기다림이 이어진다. 자동 타건기로 수천 번 건반을 두드리고, 3개월에서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자연건조 시간도 필요하다. 피아노의 소재인 원목이 온도와 습도 등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연주를 하기까지 모두 4~5번의 조율도 필요하다.

삼익악기는 3만여평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굳이 국내에도 공장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이 차장은 "인도네시아 공장으로 생산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제작자들의 기술을 따라오려면 멀었다"며 "전문가용으로 생산하는 고급 제품을 생산, 대부분 해외로 수출한다"고 설명했다.


피아노 외에도 기타, 현악기, 관악기 등을 생산하는 삼익악기는 지난해 560여억원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현지 파트너업체를 통해 철저하게 현지화에 성공해 미국, 호주, 이란에 각각 150억원이상 판매했다. 아울러 최근 잇달아 독일 명품 피아노회사인 자일러(SEILER)와 벡스타인(Bechstein)을 인수하며, 전 세계 악기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위상도 높이고 있다.

올해에는 보다 해외시장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김민수 부사장은 "중국을 포함해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신흥경제국가로 영업망을 늘릴 예정"이라며 "내부 조직도 젊게 개선하는 등 조직정비를 올해 안으로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해외시장 확보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이슈 PICK

  • “개저씨-뉴진스 완벽 라임”…민희진 힙합 티셔츠 등장 어른들 싸움에도 대박 터진 뉴진스…신곡 '버블검' 500만뷰 돌파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국내이슈

  • "딸 사랑했다"…14년간 이어진 부친과의 법정분쟁 드디어 끝낸 브리트니 공습에 숨진 엄마 배에서 나온 기적의 아기…결국 숨졌다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해외이슈

  • 이재용 회장, 獨 자이스와 '기술 동맹' 논의 고개 숙인 황선홍의 작심발언 "지금의 시스템이면 격차 더 벌어질 것" [포토] '벌써 여름?'

    #포토PICK

  • 1억 넘는 日도요타와 함께 등장한 김정은…"대북 제재 우회" 지적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