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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4사 엇갈린 행보··정부 압박에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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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표시' VS '이윤 창출' 사이 고민 깊어가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정부의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 결과가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정유4사의 엇갈린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1위 업체인 SK에너지가 정부와 여론의 뭇매로 정유사 공급가격을 내린 데 반해 다른 3사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공급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9일 석유공사에 따르면 3월 셋째주 보통휘발유 정유사별 공급가격(세후)은 SK에너지가 전주 보다 ℓ당 2.85원 내린 1833.05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GS칼텍스는 ℓ당 2.28원 올린 1857.90원, 에쓰오일은 31.42원 올린 1857.71원, 현대오일뱅크는 4.9원 올린 1857.01원을 기록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의 오름폭이 꺾이지 않고 있지만, '기름값 인하'에 대한 정부의 압박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국내 1위 업체인 SK에너지가 정유사 공급가를 낮춰 '성의 표시'를 요구하는 정부에 화답한 것이다.

특히 통신비, 유류비 등 정부의 물가 안정 품목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는 SK 입장으로서는 점차 높아지는 정부의 압박 수위가 견디기 힘들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3사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공급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름값 잡기'에 혈안이 된 정부 등살에 떠밀려 무리하게 정유사 공급가 인하를 단행했다가는 자칫 기업 운영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정유4사의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은 1~3% 수준에 불과한데, 이 같은 영업이익률 조차 포기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이 정유사 공급가 인하를 놓고 국내 정유업계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는 것은 이른바 '성의 표시'를 요구하는 정부와 '이윤 창출'이라는 기업 본연의 의무 사이에서 갈등하는 정유업계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고유가를 기록했던 2008년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급락하면서 정유사들은 2009년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며 "단기적인 물가 안정을 위해 정유사가 공급가를 무리하게 인하하면 나중에 더 큰 희생에 직면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도 "고유가 상황이 계속되면서 정부의 세수도 연초 예상했던 목표치를 크게 웃돌 것"이라며 "정유사의 공급가를 내리거나 유류세를 인하하는 직접적인 방안보다 국내외 상황 변수에 따라 예상보다 높아진 세수의 여유분을 사회소외계층 등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유업계의 고민은 1·4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기름값 인상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상황에서 사상최대 실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지난 해에 이어 올 1분기 실적에서도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런 호실적에도 정유사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정유사 고위 임원은 "1·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킨 주범으로 몰린 상황에서 최대 실적을 밝히기가 곤란하다"며 "기업의 경영 성과를 평가받는 대신 '자신의 배만 불린 악덕 기업'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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