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지난 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향후 5년간 성장률 목표치를 7%로 낮춰 잡았다. 고속 성장으로 대변되는 이른바 '바오바(保八ㆍ국내총생산 성장률 8% 유지)' 정책을 버린 것이다.
중국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 하향은 중요하다. 그동안 규모에만 집중하던 양적 성장에서 부의 재분배와 삶의 질, 환경, 부패 일소 등에 역점을 두는 질적 성장으로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앞으로 포용성장(inclusive growth)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겠다는 의미다.
중국 내에서 포용성장이 화두로 떠오른 이유는 개혁개방 과정에서 드러난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면 큰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공산당 지도부의 우려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불공평한 소득분배, 도농 간 경제격차 심화 등으로 불만이 쌓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중국의 포용성장은 인도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인도 정부는 현 만모한 싱 정부가 집권한 2005년 이후 포용성장 정책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그동안 고속 성장과정의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다. 인도는 중국보다 13년 늦게 개방했다. 국내총생산(GDP)과 개인당 국민소득도 중국에 비해 훨씬 적다. 그런데도 인도는 중국보다 먼저 포용성장 정책을 채택했다. 그 이유는 민주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급속한 산업화를 이룬 국가들은 거의 모두 독재 혹은 권위주의 체제였다. 노동자들의 권리는 제한됐고 언론은 숨을 죽였다. 권위주의 체제 정부들은 노동자, 농민 등 소외 계층이 분배를 요구하면 "빵을 키운 다음에야 가능하다"며 거부했다.
인도는 달랐다. 민주주의 국가 인도는 고도성장의 혜택에서 소외된 농민, 도시빈민, 하층 카스트 등 계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인도 정부는 매년 예산 책정 시 이들 소외된 계층을 위해 수백억달러의 예산을 배정하는 등 특별 배려했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물론 기업인도, 인도경제인연합회(CII)와 인도상공회의소연합(FICCI) 등 경제단체도 '나누며 함께 가자'는 포용성장 정책을 옹호했다.
지난 2월28일 발표된 2011~2012년 인도정부의 예산안에도 포용성장을 위한 예산이 많이 반영됐다. 예를 들어 최근 물가급등으로 고통 받는 서민층을 위한 300억달러(약 34조원) 규모의 식품 보조금 지급, 소득세 인하, 등유 비용 지원, 의료혜택, 노인층 및 농민 지원 등이 그것이다.
포용성장 정책의 결과 바람직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1985년 94%에 달했던 농촌 지역 극빈계층 비율은 2009년 53%로 크게 감소했다. 아울러 그동안 경제성장의 혜택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에선 최근 강한 소비 바람이 불고 있다. 이 지역 경제성장률은 18% 정도로 대도시권보다 2배나 높다. 포용성장 정책으로 여력이 생긴 농민 등 빈곤층이 소비열풍에 합세한 것이다.
물론 포용성장 정책으로 인도 정부가 재정 압박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2009년 인도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GDP의 6.8%로 16년 새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지난해 재정적자를 GDP의 5.1%로 크게 낮췄고, 올해는 4.6%, 내년에는 3.5%로 더욱 줄일 계획이다.
중국이 포용성장 정책을 추진할 경우 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이 9.25%로 중국(9%)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회자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相生)이나 동반성장은 포용성장의 또 다른 이름이다. 포용성장은 인도나 중국뿐만이 아닌 우리에게도 절실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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