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KT, 앙금 남아있나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아이폰 도입으로 촉발된 KT와 삼성전자의 갈등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석채 KT회장은 취임 후 가장 힘들었던 점은 '국내 재벌기업과의 싸움'이라고 답해 관심을 끌었다. 이 회장은 "국내 재벌기업들과 싸우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지난 2년간 고비마다 발목을 잡혔고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재벌들이 연합해 공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정 업체를 지목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경쟁사인 SK텔레콤과 삼성전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KT와 삼성전자는 아이폰 출시 이후 소원한 관계를 이어왔다. KT가 단독 출시한 아이폰은 출시 3개월여만에 40만대 이상이 팔려나가며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아성에 타격을 입혔다. 국내 제조업체와는 달리 애플에게는 계약 조항에 따라 정책장려금을 받지 않은 것도 갈등을 심화시킨 원인이 됐다.
이에 삼성전자가 '차별대우'로 맞서며 두 업체는 더욱 첨예하게 대립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옴니아2'를 공급하며 SK텔레콤에는 20만원의 정책장려금을 지급한 반면 KT에게는 5만원만을 지급했다. KT에서 출시한 '쇼옴니아'는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도 SK텔레콤보다 수 개월이 지체됐다. 또한 전략 스마트폰이었던 '갤럭시S'도 한동안 SK텔레콤에만 단독 공급하는 등 KT와 노골적인 거리감을 유지해왔다.
이 날 이 회장은 삼성전자와의 관계에 대해서 "이제 삼성하고는 괜찮다"며 "어디에서는 싸우고 어디에서는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인했으나, 배석한 KT 고위 관계자는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힘이 너무 세다"고 말해 내부 갈등이 남아 있음을 드러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아이폰4 출시를 방해해 이로 인해 계약상 피해가 발생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지난 해 아이폰4 출시가 늦어져 협약을 마치고 관련 애플리케이션까지 제작한 계약을 놓치고 말았다"면서 "(삼성전자의) 방해가 있었던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삼성전자의 태블릿 '갤럭시탭'에 대해서도 "옷 주머니에 넣어 휴대하기에는 7인치보다 5인치나 5.2인치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옷 주머니에 넣으면 옷이 처지지 않느냐"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갤럭시탭의 가장 큰 장점으로 '양복 주머니에 넣어 다닐 수 있는 크기'를 내세워 왔다.
또한 태블릿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데스크톱 가상화(VDI)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며 "갤럭시탭은 VDI가 되기 전엔 안된다"고 말했다. VDI 서비스는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이나 소프트웨어를 일일이 설치하지 않아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접속, 모바일 기기나 PC로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다. 한편 KT는 오는 3월부터 본격적인 VDI 클라우드 서비스를 실시하고 아이패드와 VDI 서비스를 묶은 월정액 요금제도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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