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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가축병과 싸움, 눈물흘릴 틈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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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종합상황실 가보니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지난해 세차례의 구제역이 발생했다. 1월에는 경기 포천에서, 4월에는 인천 강화에서다. 이 두 구제역은 한달 여 만에 종식됐다. 그러나 세번째 구제역은 상황이 다르다. 전남·북과 경남을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됐고 땅에 묻은 소·돼지만 무려 200만마리를 넘겼다.
구제역이 발생한지 50일이 되던 지난 17일 저녁 경기도 안양 소재의 수의과학검역원. 이곳은 구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오면 양성 여부를 최종 판정하는 것은 물론 발생 지역에 대한 방역, 역학조사 등 구제역 방어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하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구제역 발생 이후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원장실 창문 너머로 검역원 정문이 눈에 들어온다. 연일 기록적 한파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시료 채취반이 구제역 시료를 접수하고 왔는지 차량용 자동소독기에서 소독을 하고 있다. 멀리서 봐도 소독약의 뿌연 연무가 자욱하다.

원장을 따라 본관 2층에 위치한 구제역 비상대책 상황실 문을 열었다. 바깥은 살을 에는 칼바람이 불지만 상황실 안은 근무자들이 내뿜는 긴장과 열기로 후끈거렸다.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상황실도 같은 공간에 꾸려져 상황실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 울리는 전화 벨소리와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로 분주하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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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선 전국에서 걸려오는 구제역 신고를 받아 분석하고 농림수산식품부에 실시간 보고하고 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상황을 알려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일선 검역 현장에 행동요령을 지시하기도 했다. 상황실 구석에 놓인 2개의 간이침대가 밤낮없이 운영되는 상황실의 현재를 보여주는듯 하다.

검사 결과를 원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상황실을 찾은 정밀검사반의 한 직원은 "셀 수 없이 많은 피펫팅(Pipetting)으로 물집이 생기고 터지기를 반복해 엄지와 집게손가락에는 이젠 굳은 살이 만져진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상황실내 의심 신고를 카운트하는 화이트보드에 붙어 있는 '가축질병을 막는 부적'이 눈에 들어온다. 구제역 종식을 바라며 붙였다고 한다. 수의학을 전공한 과학자들이 오죽하면 미신의 힘까지 빌리려고 했을까라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간다.

현재 검역원 직원 590여명 중 500명 정도가 구제역 비상대책 요원으로 배치된 상태다. 기관의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구제역 사태를 하루라도 빨리 진화하기 위해 모든 역량이 집중된 상태다.

▲이주호 원장

▲이주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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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주호 원장은 지난해 11월 28일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이후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자본적이 없다. 집에 들어간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나 피로를 느낄 여유도 없다.

2000년 구제역 당시엔 농림부 가축위생과장으로 2002년 땐 검역원 질병방역부장으로 구제역을 성공적으로 종식시켰다는 자부심을 갖고있는 그였지만 이번 만큼은 상황이 다르다는걸 누구보다 잘안다.

안동발 구제역이 해를 넘기고 최후의 보루인 백신접종 카드까지 꺼낸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축방역기관의 장(長)으로서 자식같은 가축을 잃은 농가를 생각하면 송구스럽기 그지없다. 눈물이 날 정도라고 한다.

이 원장은 "자식처럼 키우던 소와 돼지를 하루 아침에 매몰해야 하는 농가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다른 생각할 여유도 없다"며 "구제역 종식선언을 하는 그날을 위해 검역원 직원들 모두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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