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부담에도 물가잡기 대책 등 눈치, 내년 상반기 이익모멘텀 둔화 불가피
식음료 업체들이 높아진 원가부담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소비자의 눈치를 보느라 가격 인상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 장밋빛 증시 전망에도 식음료 업종은 상대적 부진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소맥가격은 지난 6월 초에서 12월 초까지 70% 가까이 급등했고, 옥수수와 대두(콩) 가격도 같은 기간 각각 61%, 3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탕과 커피 역시 각각 108%, 51% 오르며 곡물가 가격 급등세에 동참했다. 경기회복으로 곡물 수요는 늘어난데 반해 이상 기후로 생산량은 감소했고, 여기에 투기자본까지 유입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식음료 업체들은 가격 인상의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정부가 최근 서민물가 안정대책을 발표하고 외국 대비 국내 가격이 높은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 등을 추진하는 등 고강도 물가잡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 최근 불거진 '적정치킨가격' 논쟁에서 알 수 있듯이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심이 높은 것도 식품업체로서는 부담요인이다.
정성훈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도 "정부의 관세 인하책으로 수입 스낵 및 과자의 관세가 8%에서 6%로 낮춰지고 설탕 및 옥수수, 밀, 대두 등에 대한 무관세가 추진될 경우 식음료 업체들의 가격 인상을 통한 원가 부담 전가 가능성은 사전에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우려되는 품목으로 밀가루를 꼽았다. 소맥가격 급등으로 원가부담이 높아지면서 12월 이후 가격인상 압력이 커졌지만 인상이 쉽지 않아 내년 상반기 이익모멘텀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설탕의 경우 올해 8월 가격을 평균 8.3% 인상, 원가부담을 일부 상쇄했다는 점에서 타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원당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어 이익모멘텀이 예상보다 약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올해 판매 가격을 2~7% 인하했던 라면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농심의 경우 마늘, 양파 등 주요 농산물 가격으로 스프 제조 원가가 오른데다 팜유와 밀값까지 급등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달 농심 의 목표주가를 기존 26만원에서 23만원으로 하향조정하며 "할인 이유는 곡물 원재료비 상승 우려를 반영한 것인데 라면가격이 인상된다면 이러한 우려는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미현 기자 gr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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