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 윤증현 맞습니까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2009년 2월 10일 기획재정부 대강당. "설렘으로 와 불같이 일했다"던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이 윤증현 장관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무대를 내려갔다.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하는 순간이었다.사람만 바뀐 건 아니었다. 윤 장관은 취임 후 제일 먼저 '전망'아닌 '목표'라 비판받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그는 이날 "2009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내외에서 -2% 내외로 수정한다"고 선언했다. 취임일성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얘기한 윤 장관은 "상당히 부담스럽고 마음이 무겁지만 신뢰 회복의 첫걸음은 정직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랬던 윤 장관이 이번엔 나홀로 '5.0%'에 베팅했다. 2011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대로 유지했다. 대내외 여건을 살펴 4.0% 안팎으로 전망치를 낮춘 민간 연구기관들과 많게는 1.2%포인트까지 차이가 난다. 한국은행(4.5%)이나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4.2%)으로 고개를 돌려봐도 정부 전망치를 지지하는 숫자는 찾기 어렵다.
정부도 물론 근거는 있다. 다른 기관들이 국내 경기에 큰 영향을 주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너무 낮게 봤고, 0.5% 정도로 셈한 재고의 성장기여도 역시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5.0%에 연연하는 속사정은 따로 있는 듯하다. 수 차례 경제정책방향 작업을 맡은 고위 관료는 "마지막까지 전망치 조정 문제로 격론이 벌어졌다"며 "정부 전망치는 낙관적인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보수적인 숫자를 내걸고 안정적인 성장 목표를 추구하는 게 일반적인데 5.0%를 유지한 건 어떻게든 그만큼 성장을 해야 한다는 정책결정권자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청와대의 '부동자세' 요구가 있었다는 의미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정황에 힘을 싣는다. 이 대통령은 15일 "기업이 투자를 좀 더 과감하게 하고 내수를 진작하면 내년 경제 전망 목표를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했다. 5.0%는 '가능한 숫자'라기보다 '가능하게 만들고 싶은 숫자'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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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그러면서도 물가상승률은 3.0%로 묶고, 가계빚도 줄이겠다고 한다. 성장률을 올리자면 투자와 소비가 늘어야 하는데 물가만 '차렷' 할 수는 없다는 걸 모르지 않을 정부인데도 말이다. 성장 목표가 뚜렷하니 쉽게 금리를 올릴 수도 없을 터. 돈줄을 죄 물가와 가계빚을 관리하는 일에도 장애가 따를 것 같다. 정부가 한 대의 열차로 방향이 다른 두 역에 동시에 닿을 수 있다며 큰소리를 치고 있는 꼴이다.
내정자 시절 "6·25에서 이렇게 (경제를)일궜는데 어떤 고비도 넘길 수 있다"고 국민들을 격려한 윤 장관은 취임 후 이 말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래서다. 청와대의 입김에 '전망'과 '목표'를 혼동하는 듯한 지금의 윤 장관이 참으로 낯선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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