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 회고록 펴내
환란이 닥친 지난 1997년, 최일선에서 진화에 나섰던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가 그 시절을 돌이켜 내뱉은 말이다. '국가 부도의 장본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기도 했던 그가 '국가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김영사)'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14일 펴냈다. 강 전 부총리는 환란 후 2년이 지난 1999년에도 '강경식의 환란일기(문예당)'라는 제목의 책을 내놓은 일이 있다.
강 전 부총리는 지난 1961년 재무부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무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거쳐 재정경제원 장관 겸 부총리를 지내면서 환란의 현장에서 보고 느낀 일들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더불어 반성과 비판의 목소리도 담았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는 외환위기처럼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하면 으레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만들지만, 환란을 겪은 한국은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한 일이 없으며, 물론 IMF 백서도 없다"면서 "한심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흥미로운 일화도 소개했다. 재임 당시 삼미특수강, 진로, 한보 등 대기업이 줄줄이 쓰러지자 '부도공포증'에 시달린 김 전 대통령이 업무 보고를 할 때 "부도를 내지 말라"고 번번이 당부했다는 뒷얘기다.
강 전 부총리는 그 시절을 돌아보며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더라도 부도 내기를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하지만 안타깝게도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부도를 내지 말라는 당부는 재경원이나 금융기관에게 할 말이 아니라 기업 경영자에게 해야 하는 말"이라면서 "부도는 '내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이라고 했다.
책에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담겨 있다. 강 전 부총리는 "국가가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판별하기 위해서는 '왜 정부에서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게 먼저"라며 "정부 관리는 책상머리가 아닌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것을 가려 제자리를 찾아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경쟁 탈락자의 '패자 부활'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등 사회안전망 구축도 충실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 전 부총리는 15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출판 기념회를 열기로 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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