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단독 강행처리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국민과 약속한 서민복지 관련 예산조차 없어지거나 대폭 줄었는데 여권 실세들의 지역구 예산은 오히려 크게 늘어나는 등 졸속 처리의 문제점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고흥길 정책위의장의 당직 사퇴로 어물쩍 넘어가려는 눈치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예산안 단독 처리 사태의 본질은 한나라당이 처리 시한을 명분으로 서둘러 강행처리하는 바람에 예산안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서민복지 관련 예산이다. 여야가 합의한 1조2000억원 증액은 고사하고 한나라당이 '70% 서민복지'를 내세우며 약속한 양육수당 확대(2744억원)나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 추가 예산(338억원)도 전액 삭감됐다. 대학 학자금 지원 예산도 3분의 1로 줄었다. 자신들의 공약도 지키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실세들의 지역구 예산은 알뜰히도 챙겼다. '신규 도로 예산은 없다'던 정부의 공언과는 달리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 신규 도로 사업이 8개에 이르는 등 힘 있는 의원들의 '끼워 넣기' 예산이 35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경북 포항 남ㆍ울릉)에는 당초 정부안보다 1400억원이 더 책정됐다고 한다. 정작 필요한 예산은 내팽개치고 실세들의 예산은 잘도 챙겼다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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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이 들먹거리자 한나라당은 부랴부랴 뒷막음 대책을 내놨다. 불교계의 템플스테이 예산은 관광기금에서 추가 지원하고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은 한국철도시설공단 예산에서 갖다 쓰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관광기금이나 철도시설공단 예산은 애초 너무 많이 편성했다는 것인지, 졸속예산 보완도 졸속으로 처리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더구나 '역대 예산 중 복지 예산이 가장 높은 편'이라며 서민복지 관련 예산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를 시간을 끌면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국민과 약속한 서민복지 예산의 실효성 있는 확보방안을 내놓는 등 내년도 예산을 바르게 돌려놓아야 한다. 아울러 처리 시한 못지않게 예산을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를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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