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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LG전자 '외국임원 실패'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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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에서 외국인 임원의 역할과 의미는 무엇인가. 글로벌 경쟁시대를 헤쳐나가는 무기인가, 소통장애를 부르는 조직의 사치인가.

기업마다 글로벌화를 외치면서 외국인 고급 인력의 영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외국 임직원 1만명 시대라는 얘기도 나온다. 선두주자 격이었던 LG전자가 5명의 외국인 부사장급 임원 전원을 퇴진시키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지난 10월 새 사령탑에 오른 구본준 부회장이 '스피드 경영'을 내걸고 조직을 개편하면서 전임 최고경영자(CEO) 남용 부회장의 '외국인 임원 실험'을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퇴임이 결정된 LG전자의 외국인 임원의 면면은 호화롭다. 최고 마케팅책임자는 화이자ㆍ존슨앤존슨 출신이며 최고 구매책임자는 IBM에 재직했다. 관리, 인사, 전략책임자도 각각 HP, 포드, 맥킨지 등 유수기업에서 일한 인재다. 그들이 LG전자 최고 경영진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회사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려났고, CEO가 경질되면서 전원 사퇴하는 결과를 맞았다.

기업들이 외국인력을 유치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며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유용하다. 그런데 왜 대부분 뿌리내리지 못하고 떠나는가. 많은 사람들이 한국적 기업문화와의 마찰을 얘기한다. 소통의 어려움, 회사 로열티 부족, 단기실적 집착 등의 문제도 제기한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도 불만과 갈등이 있을 것이다. 소통, 기업풍토, 실적, 승진, 조직장악력 문제와 교육 등 미비한 생활여건에서 비롯되는 소외감과 무력감이 그것이다. 많은 외국인들이 계약이 끝나면 곧바로 짐을 싸는 것도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도사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실패한 외국인 임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그룹의 '자랑스런 삼성인 상'에는 매년 해외 일선의 외국인 임원이 수상자 명단에 오르며, 기아차의 외국인 디자인총괄 부사장은 기아차 디자인 수준을 올려놓았다는 평을 듣는다. 꼭 필요한 곳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쓰는 '적재적소'의 인사 원칙은 외국인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외국인 인재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먼저 조성하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외국인을 앉힌다 해서 글로벌화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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