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시장이 갈수록 외국인의 '머니 게임장'으로 변해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옵션만기일에 외국인들이 2조원 가까운 매물 폭탄을 쏟아내며 코스피지수가 순식간에 50포인트 가까이 폭락한 것은 외국인의 막대한 영향력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또 프로그램 차익거래에서 외국인 비중은 지난해 10%대에서 50% 안팎으로 높아졌다고 한다. 주식을 빌려 사고파는 대차거래 시장의 외국인 비중은 91%를 넘어섰다.
외국인은 대부분 기관투자가로 큰 손인 데다 시장 점유율도 높으니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물론 개방된 시장에서 외국인 영향력이 커졌다고 무조건 문제 삼을 것은 아니다. 정작 문제는 한국처럼 규모가 크지 않은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간의 세력 균형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이에 맞설 국내 기관투자가도 약하다는 점이다.
지난 11일의 이른바 '옵션 테러' 후 외국인의 과도한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증권시세뿐 아니라 환율의 급등락을 막는 차원에서 핫머니 등 외국 자본의 유출입 규제안 등을 검토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뒤늦었지만 서두르기 바란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보조금까지 주곤 "출시 안돼" 꽉 막혀…번뜩이는 '...
1990년대 초 이후 정부는 능력에 비해 자본, 금융시장을 너무 단기간에 대폭 개방한 면이 없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으로 '선진국' 대열에 올랐느니 하는 자만심에 별다른 규제 장치 없이 모두 푼 것이다. 그 후유증으로 1997년 외환위기와 2007년 국제 금융위기를 당하고서도 외국자본을 유치해야 할 필요성에 다시 외국자본의 국내 채권투자에 대한 세금 면제 조치까지 취했다. 이 같은 채권투자에 대한 세금 면제를 지난 13일 기준으로 종료시킨 것은 단기 금융정책이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의 옵션 매물 폭탄 사태를 막으려면 동시호가제도를 변경하거나 외국인의 1회 매도물량을 제한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시급한 것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해주는 일이다. 올 초부터 공모펀드와 연기금에 매긴 증권거래세를 면제해주고 자산 운용의 자율성을 높여줘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이 흔드는 시장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