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정부가 본격적인 자본유출입 규제를 알리는 신호탄을 쐈다. 기획재정부는 18일 외국인이 국채와 통화안정증권(통안채)에 투자해 얻은 이자에 다시 소득세를 물리고, 탄력세율을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르면 연내 추가 규제안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자본 규제안이 나온 건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를 위한 거시건전성 조치'를 허용하기로 해 도입에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0.25%포인트) 내외 금리차를 노린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자본 규제안 도입에 속도를 붙였다.

정부는 금융위기의 파고가 높던 지난해 4월 외국인 개인이나 법인이 국채와 통안채 등에 투자해 얻은 이자 소득에 세금을 원천징수(14%)하지 않기로 했다. 부족한 외화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넘치는 돈이 금융시장을 교란시킬까 우려해야 할만큼 상황이 달라졌다.


재정부 임종룡 1차관은 18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국회에 제출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법안의 취지에 동의한다"며 "신속히 법 개정이 이뤄지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대외의존도가 높아 금융 시장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며 "세율을 되돌린 뒤 유사시 빠르게 세율을 낮춰 투자 유인책을 줄 수 있는 탄력세율 제도 도입을 논의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약 1년 반만에 세제를 되돌리는 이번 조치가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자 임 차관은 "그런 논란보다 외환 위험을 줄이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요사이 채권 시장의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고 본다. 10월까지 외국인의 채권 순투자(매수-매도) 규모는 21조 1000억원. 이미 지난해 투자액(18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채권 시장에 지나치게 자금이 몰리면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자금이 한 번에 빠져나갈 때 외환위기가 찾아온다.


지난 12일 한나라당 강길부 의원과 김성식 의원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소득·법인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외국인 채권 투자의 이자소득(세율 14%)과 양도차익(20%)에 세금을 받지 않기로 한 종전 법안을 원래대로 되돌리자는 내용이다. 특히 강 의원의 법안은 시장 상황에 따라 세율을 조정할 수 있는 '탄력세율' 규정을 담고 있다.


탄력세율을 적용하면 0%에서 14% 사이에서 세율을 조정할 수 있다. 법안이 통과돼도 당장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건 아니다. 정부는 필요한 경우 투자 기간이나 채권의 종류에 따라 세율을 달리하는 내용을 시행령에 규정할 계획이다. 시행령은 국회 동의 없이 국무회의 의결로 정할 수 있고, 긴급한 경우 직상정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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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올해 11월 12일 이후 투자분부터 과세 대상이 된다. 정부는 다만 "법령 시행일이 내년 1월 1일인 만큼 11월 12일 이후 투자분이더라도 올해 12월 31일까지 발생한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비과세 조치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추가 규제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 임 차관은 "연내라고 확정할 수는 없지만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추가로 자본 변동성 완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대책으로는 은행부과금(은행세·Bank levy) 도입과 외국은행 국내지점에 대한 선물환 포지션 규제 강화가 유력하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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