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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치른 韓. 족집게 과외 받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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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막을 내린 12일 오후. 협상 과정에 깊숙히 참여했던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의장 역할을 수행한 건 족집게 과외를 받는 것과 같았다"고 했다. 회의 성과를 떠나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노하우를 얻었다는 평가다.

개국이래 경제 분야에선 가장 큰 행사라던 서울 G20 정상회의가 지난 주말 마무리됐다. 서울 G20 정상회의 전과 후, 세계 경제지도에서 한국과 3强(미·중·일)의 좌표에도 뚜렷한 변화가 생겼다. 셈해보면 한국은 결코 밑지지 않는 장사를 했다.
▲韓 "족집게 과외 받은 셈"

서울 G20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한국이 의장 역할을 맡아 세계 환율 전쟁에서 기대 이상의 중재역을 해냈다는 평가와 '경상수지의 예시적인(indicative) 가이드라인 설정'에 실패해 방점은 찍지 못했다는 지적이 공존한다.

하지만 협상을 통해 특별히 잃은 것이 없으며 널리 한국을 알렸다는 점, 덤으로 얻은 것들이 만만치 않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값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정보와 노하우들을 얻었다는 얘기다.
12일 만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의장을 해보니 모든 나라의 정보가 들어오더라"며 "지난 수 십년 동안 접근하지 못했던 정보, 읽지 못했던 선진국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일러 "한국이 G20을 통해 족집게 과외를 받은 셈"이라고 했다.

G20 준비위 이창용 기획조정단장의 생각도 같다. 이 단장은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때 한 번은 영국 셰르파가 와서 '잠깐 올라가 소그룹 협의를 하자'고 하더라. 내가 '시간이 길어질 것 같은데 아래 기다리는 사람들을 해산하게 할까?' 물으니 '창용, 그렇게하면 여기 소그룹 사람들이 압력을 안받아서 협상 타결이 안돼. 기다리게 해.'라고 하더라"며 "이런 노하우들은 의장국이 아니었으면 결코 알지 못했을 것들"이라고 했다. 이 단장은 "G20이 한국 공무원들의 수준을 한껏 끌어올려놨다'고도 말했다.

▲입지굳힌 中, 멋쩍은 美·日

세계 경제의 양대 플레이어로 입지를 굳힌 중국 역시 G20의 또다른 승리자였다. 중국이 위안화 절상 문제로 미국과 대치하는 과정은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여실히 보여줬다. G20 협상 과정에 깊숙히 참여했던 정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를 통해 바야흐로 중국의 시대라는 것을 절감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환율 전쟁이 되레 중국의 입지를 한껏 높여준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반면 미국의 리더십은 흔들렸다. 지난 3일(현지시각)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내년 6월까지 총 6000억달러를 풀어 국채를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달 경주 선언을 무색케하는 조치에 서울 G20 정상회의 기간 중 각 국은 미국을 비판했다. 미국은 G20 전까지 매듭을 짓겠다던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도 실패했다.

워싱턴포스트(WP)지는 14일(현지시간) 이런 상황을 아울러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4개국을 순방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각 국에서 저항을 경험했다"고 풀이했다. WP는 이날 '오바마, 외교관계에서 방향을 전환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인도 방문에서는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의 원조문제가 비판을 받았고, 한국에서는 오바마의 무역에 대한 야망이 저항에 부딪혔으며,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각국 지도자들로부터 미국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좌절을 맛봤다"고 전했다.

G7체제의 향수에 젖어있던 일본도 빈 손으로 돌아갔다. 300여명의 단일국가 최대 규모 취재진이 다녀간 일본에서는 "이번 G20 정상회의가 최대 쟁점인 환율전쟁을 막기 위한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들여다보면 일본에게 득될 것이 없었던 G20 회의에 대한 핀잔도 섞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니치신문은 12일 "총론에서는 G20이 통화절하 경쟁을 자제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담보할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고 했고, 산케이신문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환율 문제의 해법을 놓고 의견이 갈려 큰 화근을 남겼다"며 환율전쟁 재발의 우려가 남았다고 평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G7체제에 젖어있던 일본이 G20 중심의 판세 변화를 읽지 못했다"며 "협상 과정에서도 조악한 논리로 상대국들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스스로 입지를 약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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