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경주=박연미 기자] 경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는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서울 G20 정상회의의 리허설 성격을 띤다. 한국의 리더십, 나아가 회의의 성패를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예비고사 성적에 국내외 언론들도 높은 평점을 줬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자신의 보스들이 할 일을 별로 남겨두지 않았다"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IMF 지배구조개혁을 "중대 진전"이라며 반겼다. 환율 갈등과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조정에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가 나와서다. G2(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 속에 한 달여 치열한 중재전을 벌인 한국은 이로써 서울 회의의 흥행과 리더십,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G20 무용론' '신흥국 한계론'을 한 방에 잠재우게 됐다. 합의 내용 이행 여부가 관건이지만, 미국과 중국도 각자 체면을 지키면서 실리를 얻어갔다. 반면 엔고 해결에 사활을 걸었던 일본은 소득없이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환율전쟁 휴전(休戰)


회원국들은 치킨게임(한 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양쪽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 경쟁) 양상이던 환율전쟁의 끝자락에서 다시 시장의 힘을 믿어보기로 했다. 6월 토론토 정상회의때 언급한 '시장지향적'(market oriented) 환율제도에서 한 발 나아가 '시장결정적'(market determined) 환율제도를 이행하자고 약속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를 "환율 결정 과정에 시장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사실상 서구사회 전체와 맞서던 중국의 숨통을 틔우면서도 환율 문제를 구조적으로 풀 수 있는 우회로도 뚫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나 적자 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자는 한국의 아이디어를 미국과 중국이 받아들였다.


회원국들은 당초 기준치로 검토하던 4%안에는 합의하지 못했지만, 예시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기준에 어긋나면 IMF의 조사에 응한다는 선까지 진전을 봤다. 경상수지를 포함해 몇 가지 경제지표를 기준으로 정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 정부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되기를 희망하지만 욕심 내지는 않기로 했다. 내년도 프랑스 정상회의로 공을 넘긴다고 해도 한국의 리더십은 충분히 공인이 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특정 국가(중국)의 환율 문제를 콕 집어 말하면 일단 그 나라의 환율이 잘못된 것으로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중국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라며 "환율 문제를 해결 못하면 G20 의장국인 한국의 리더십이 상처받는 듯한 상황에서 잡은 방향이 무역불균형을 줄이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신흥국 목소리 커진다


환율 쟁점이 부각되기 전까지 가장 첨예한 이슈였던 IMF의 쿼터(지분) 조정에서도 큰 진전이 있었다. 유럽과 미국이 IMF의 쿼터 6% 이상을 신흥국에 양보하기로 했다. 상임 이사자리 2석도 함께 넘긴다. 쿼터 5% 이상을 과다대표국에서 과소대표국(신흥국)으로 넘기기로 한 지난해 9월 피츠버그 정상회의 당시의 합의 내용을 넘어서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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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IMF내에서 신흥국들의 목소리는 한층 높아지게 됐다. 특히 중국의 쿼터 비중이 종전 6위(3.996%)에서 3위로 껑충 뛸 전망이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들의 쿼터 비중도 모두 10위권 이내로 올라서게 됐다.


반면 8위였던 사우디아라비아(2.930%)와 9위였던 캐나다(2.672%)는 경제력대비 과다대표국으로 꼽혀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8위(1.412%)였던 한국은 16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9개의 이사석을 확보하고 있던 유럽은 미국과 신흥국의 공세에 이사직 2석도 양보하기로 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 덴마크 등이 이사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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