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진퇴양난', 중국·유권자 눈치보기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 민주당이 ‘중국’과 ‘선거’에 가로막혀 진퇴양난에 빠졌다.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과 ‘전면전’을 치루자니 중국의 보복조치가 부담스럽고, 발을 빼자니 표심이 돌아설까 두려운 상황이다.
15일 일어난 모순된 상황은 이와 같은 복잡한 오바마 정권의 속내를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 문제는 살짝 비켜갔지만 중국의 그린 테크놀로지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를 새롭게 제기한 것.
미 재무부는 15일로 예정돼 있던 하반기 환율 정책보고서 발표를 연기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 여부가 포함될 예정이었다.
가이트너 장관은 “9월 초부터 위안화 절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중국의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며 “환율보고서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2일 이래 위안화는 달러대비 1% 이상 절상됐다.
중국이 16년만에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중국의 대미 수출품은 ‘징벌적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 지난달 29일 미국 하원은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 개혁법안’을 통과시키며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압박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산 닭고기에 대해 최대 105.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했다. 미국이 선뜻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세계 최대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결코 미국의 제재조치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양국간의 통상분쟁은 결국 ‘치킨게임(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 게임)’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다고 마냥 중국을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일.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 8월 280억달러를 기록,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의 올해 재정적자도 2년 연속 1조달러를 넘기며 1조294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또한 다음달 2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집권 민주당으로서는 주요 지지기반인 노조에게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15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의 ‘그린 테크놀로지’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를 조사하겠다고 밝히며 새로운 대중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론 커크 USTR 대표는 “중국 정부가 자국의 그린 테크놀로지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미국 철강노조(USW)의 청원을 받아들여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USTR은 90일 안에 WTO에 제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USW는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USW는 성명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의 근로자들과 일자리를 최우선에 두고 있음을 보여줬다”면서 “이번 조치는 미국의 일자리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중국에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보다 확고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뉴욕)은 “상원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 개혁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미국의 이번 조치는 병의 증상을 치료하는 것일 뿐 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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