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규약 개정, 환영 속 반발도 만만찮아
용산구 개최 설명회 가보니.. 항목별 의견 달라
15일 개정된 주택법령과 공동주택관리규약에 대해 용산구청에서 열린 '공동주택 관리 담당자 교육'에 100여 명의 아파트 관리소장 및 입주자대표가 참석했다. 사진은 참석자들이 대한주택관리협회 하원선 부회장의 진행으로 올해 개정된 주택법령의 주요내용을 청취하는 모습.
[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가구수가 적으면 단합이 잘 될 거라는 생각도 틀린 건 아니지만 가구마다 특성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입주민들이 방조하고 무관심하면 정말 관리하기가 어려워요. 우리 구는 300가구 이하가 많은데 세입자도 많고 맞벌이 부부가 많아요. 심지어 외국인도 있고요. 화단 하나 꾸미려고 해도 밤늦게 초인종 누르면서 돌아다녀야 해요.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입주민들은 관리자들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투명하지 않다는 생각으로요.”
◆아파트 관리소장 입주자대표 등 ‘관심’= 서울 용산구 아파트의 한 40대 여성 입주자대표의 말이다. 서울시가 10월 한달 동안 각 자치구에 개정된 주택법령 및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소개하기 위한 설명회를 개최하는 가운데, 15일 용산구청에는 관내 아파트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 등을 포함해 100여 명 이상이 몰려들었다.
이번 설명회는 11월 6일까지 각 아파트 단지별로 자체적인 관리규약을 확정하기 전에 서울시가 바뀐 주택법령과 공동주택관리규약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실시하는 것으로 용산구가 막 ‘중턱’을 넘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공동주택 의무관리대상에 포함되는 아파트의 관리자로 설명회 참석 여부를 보여주는 날인표에는 빈칸 없이 서명이 가득했다.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진행된 설명회에 참석자들은 구청에서 배포한 설명회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는 모습이었다.
◆ 공동주택 관리 법령·규약 바뀐 내용은?= 바뀐 주택법령과 공동주택관리규약의 핵심은 아파트 관리에 투명성을 강화하고 주민자치의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를 만큼 이웃 간에 무관심이 일상화되고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실상 아파트 관리를 ‘독점’하면서 각종 비리와 분쟁이 날로 커져 왔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입주민들이 직접 투표로 입주자대표회의 임원을 뽑고 관리비와 잡수입 등의 회계 처리는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다음 연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고 집행된 관리비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에 따라 외부회계감사를 받을 수도 있다. 각종 공사와 용역도 특혜의혹을 없애기 위해 경쟁입찰 방법으로 선정해야 한다.
◆ 일부 관리소장 투표방식 등에 ‘반발’= 변화에 당면한 공동주택 관리담당자들은 일부 조항에 문제를 제기했다.
입주자 대표회의의 회장과 감사를 뽑는 투표방식이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60대의 한 관리소장은 “공정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맞벌이도 많고 대통령·국회의원 선거도 투표율이 저조한데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서로 하겠다고 나서면 괜찮지만 달랑 한 사람 나오면 어차피 그 사람 되는 건데 힘들게 함까지 들고 다녀야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개정된 주택법 개정령에 따르면 500가구 이상의 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감사 선거에 단일후보가 나오면 ‘전체 입주자 등의 10분의 1이상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수 찬성’으로 뽑아야 한다. 만약 투표율이 저조해 입대의 구성 자체가 어려우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직접 투표함을 들고 가가호호 돌아다니면 된다는 게 설명회 자료의 답변이다.
관리비와 입주자 대표회의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섭섭하다는 말도 나왔다. 맨 앞줄에서 설명회를 청취한 40대의 관리소장은 “관리비 부과 내역서를 보면 항목별로 따박따박 다 기록돼서 나온다"면서 "관리사무소를 ‘부패집단’으로 전제하고 매년 윤리교육까지 받으라고 하니 일부 아파트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해 매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택법령 개정에 따라 아파트 관리소장은 다음 연도 사업계획의 예산안을 수립하고 결산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며 외부회계감사를 받을 수도 있다. 또한 관리규약 준칙과 다르게 관리규약을 개정하는 경우에는 달라진 내용을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게시판에 올리거나 각 가구에 개별적으로 통지해야 한다. 미공개로 부과액과 납부액을 비교할 수 없었던 전기료, 수도료, 가스사용료 등도 추가 관리비 공개 항목에 포함됐다.
이밖에 위탁관리 계약기간을 정할 때 장기수선계획의 조정주기(3년)를 예외 없이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용산구 관내에 재건축을 앞둔 한 아파트의 관리소장은 “용산구에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꽤 있는데 재건축 할 아파트가 도색하고 시설유지보수 할 리가 없지 않느냐? 빨리 집이나 짓지 장기수선충당금으로 뭔가 고치자고 하지 않는다”면서 “사유재산이니 주민입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지 예외조항 없이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택관리업자와 용역업체 선정 및 각종 공사계약의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법령 취지가 현실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 아파트 관리 투명성 높이는 ‘첫 걸음’ 될 것=아파트 입주민 측에서는 환영하는 입장이다. 용산구 문배동 A 아파트 입주자 대표는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 관계를 ‘사돈’으로 비유하면서 “우리 재산권을 보호해주고 이웃이기도 하지만 서로 감시 감독해야 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또한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내용을 설명회를 통해 많이 알았고 입주자 입장에서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게시하도록 의무화 하니 좋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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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청 주택관리팀 최태호 주무관도 "입주자들의 자율성을 높이고 몇 년 동안 자꾸 문제가 됐던 입주자들끼리의 시비거리와 의견충돌로 인한 쟁송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파트 관리담당자들에게도 나쁜 소식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설명회 진행을 맡은 대한주택관리협회 하원선 부회장은 “다른 단지와 비교하는 목적 보다는 우리 단지가 올해 몇 %를 절감할 수 있을지 예산을 짜고 집행하는 것이어서 번거롭지만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예산 안에 인건비도 포함되므로 투명성이 높아지면 관리주체들의 급여가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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