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늦었지만 다행인 식약청의 현실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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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비만약 퇴출을 두고 벌어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말바꾸기 행정이 비난을 받고 있다. 3달 전 '먹어도 좋다'고 했는데, 미 보건당국이 전격 퇴출을 결정하자 재차 '판매중단'으로 방향을 바꾼 게 화근이다.


이 내용이 공개된 14일 식약청 브리핑 현장에서 기자들은 '왜 태도를 바꿨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식약청은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저 동문서답식으로 "개발사인 미국 애보트가 미국 FDA의 자발적 회수 권고를 수용한 데 따른 국내 후속조치"란 설명이 전부였다. 수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식약청은 결국 독자적인 판단 능력의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식약청의 이 발언은 우리나라 의약품 행정에 커다란 변화의 조짐을 의미하는 중요한 사건이다. 식약청이 외국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 바탕에서 능력을 키우겠다는 '고백'인데, 어지간한 '고민과 자기반성'이 있지 않고선 나오기 쉽지 않은 말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식약청이 미국이나 유럽의 결정을 무시하거나 참고하지 않고 독자적인 행정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 식약청도 인정하듯 수집된 정보를 평가하고 인과관계를 밝혀가는 시스템에서 선진국들과 수십 년의 격차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의약품은 '안전성'이 생명이다. 의약품 사용이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신중하면서도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안전한 의약품 사용의 담보이지, 행정조치의 기본이 자체 판단이냐 외국사례 참조냐를 따지는 것은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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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이 외국사례를 따르는 것에 지나치게 자존심 상해할 문제도, 이를 숨기려할 이유도 없다. 현실을 인정하고 자체 판단력을 키우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 비만약 퇴출을 통해 식약청이 배워야 할 교훈이다.


이제부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 이번 비만약 퇴출 결정을 국내 의약품 관리 시스템을 바로잡고 체계화하는 전환점으로 삼길 바란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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