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2010결산④]김동호 위원장 "영예롭게 물러나 행복하다"(인터뷰)
AD
원본보기 아이콘

[부산=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사진 이기범 기자]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15년의 노무를 마치고 은퇴한다. 김 위원장은 오래 전부터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해왔지만, 주위의 만류도 올해를 끝으로 더 이상 부질없게 됐다. 15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폐막은, 다시 말하자면 영화계의 존경을 독차지해온 김동호 위원장의 겸손한 퇴임식이다.


영화제 폐막을 앞두고 부산 해운대 신세계 센텀시티에서 아시아경제신문 스포츠투데이와 만난 김동호 위원장은 "영화제 전까지는 몰랐는데 여기저기서 감사패를 받고 은퇴 관련 행사를 열고나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며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자긍심을 갖고 영예롭게 물러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떠나는 그는 "내년에는 전용관 두레라움이 완공될 예정이라 새 건물의 운영은 새 사람이 맡는 게 옳다"고 은퇴의 의미를 밝혔다.

"제가 그만둔다고 하니 국내 분들이건 해외 분들이건 다들 부산영화제가 잘 될까 걱정하십니다. 잘 모르시는 이야기지요. 이미 4년 전부터 공동 집행위원장 제도를 만들어서 차근차근 준비했습니다. 이용관 위원장은 부산영화제를 기획해 저를 끌어들인 사람이니 영화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PIFF2010결산④]김동호 위원장 "영예롭게 물러나 행복하다"(인터뷰) 원본보기 아이콘

김동호 위원장이 해외 영화계에 한국 영화를 상징하는 '대부'로 통하는 것은 변변한 영화제 하나 없던 국내에 성공적으로 부산영화제를 출범시켜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성장시킨 공 때문만은 아니다. 김 위원장의 공로는 무엇보다 한국영화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며 충무로의 르네상스를 선도했기 때문이다. 상업적으로나 예술적으로 한국영화는 부산영화제와 함께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제가 15년간 영화제를 이끌어오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한국영화를 해외로 진출시키는 데 공을 들였던 것입니다. 그만큼 성과도 컸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가장 아쉬운 건 재단법인을 만들어서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수 있었다면 영화제에 좀 더 안정된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점이지요. 부산시도 두레라움이 완공된 다음에야 여유가 생길 테니 그동안은 방법이 없었던 셈입니다."


한국 영화계 인사들이 김동호 위원장을 존경해마지 않는 것은 영화계에 한정된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를 맡고 있는 '보스'이지만 외압이나 사심에 흔들리지 않고 영화제를 지키고 키우는 것에만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영화제의 예산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정부나 정치계의 외압에서 중립을 지키도록 힘써온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20여년간 문화공보부에 몸담고 영화진흥공사 사장과 문화부 차관 등을 거치며 관료의 길을 걸어오면서 그는 청렴결백, 성실·근면, 창의성과 진취성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줬다. 해외 출장 때는 꼭 이코노미석을 타고 개인 차량을 지원받지도 않으며 아무리 늦게 일이 끝나도 오전 5시면 일어난다. 일흔셋의 나이에도 그는 20대 청년보다 더 혈기왕성하다.


김동호 위원장은 주위의 회의적인 시선 속에서 개인 빚까지 내며 성공적으로 1회 영화제를 마쳤던 1996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15년간 영화제에서 일해 오며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화제 초기에 해운대 앞의 포장마차를 밤새 순회하며 길거리에 신문지를 깔고 해외 게스트들과 밤새 술 마셨던 일이 잊지 못할 추억"이라고 덧붙였다.


[PIFF2010결산④]김동호 위원장 "영예롭게 물러나 행복하다"(인터뷰) 원본보기 아이콘


기억에 남는 영화제 게스트로는 '타이거 클럽'의 멤버들을 꼽았다. 9년 전 그가 로테르담영화제에서 함께 술을 마셨던 사이먼 필드 전(前) 로테르담영화제 위원장,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대만의 거장 감독 허우샤오시엔, 태국 감독 논지 니미부트르, 네덜란드 언론인 피터 반 비요렌 등에 대해 그는 "은퇴 후에도 계속 친목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쌓은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영화제의 성장과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애써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김동호 위원장은 지난 15년의 영화제 업무를 마감하며 조촐한 행사들을 준비했다. 영화제 위원장으로 다니면서 찍은 사진 70여점을 영화제 기간에 전시했고 자신의 세계 영화제 체험기를 출간했다. 퇴임을 기념한 조촐한 송별 파티를 열어 국내외 영화인들과 소회를 나눴다.

AD

부산영화제를 떠나도 김동호 위원장의 일정표는 당분간 깨알 같은 글씨로 채워질 것 같다. 그는 "할 일이 산더미"라며 "한가해지면 한학과 서예, 외국어를 배우고 싶고 미술사 전공도 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아마추어 사진에서 벗어나 작품 사진을 배우고 HD카메라를 갖고 다니며 다큐멘터리를 찍겠다는 계획도 있다. '영화 청년' 김동호 위원장의 새로운 삶은 영화제 폐막식과 동시에 개막한다.


[PIFF2010결산④]김동호 위원장 "영예롭게 물러나 행복하다"(인터뷰) 원본보기 아이콘


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 kave@
스포츠투데이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