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이 최선의 방어'···'통화전쟁' 날 세운다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앞두고 세계 각국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칼날을 세우고 있다. 자극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가 하면 ‘구밀복검(口蜜腹劍)’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주요국들은 지난 8~10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환율 문제에 대해 한 발자국도 진전을 끌어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G20이 글로벌 환율이슈의 격전장이 될 것으로 예고돼 있는 상태다.
따라서 앞으로 G20이 개막되기 전까지 주요국들의 날 선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G20 의장국 직접 압박 = 13일 나온 일본 정부의 공격성 발언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강도가 높았다. 일본은 처음으로 특정 국가(한국, 중국)를 지목하며 환율의 인위적인 조작을 삼가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G20 정상회의 의장국 자격까지 운운하며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발언을 쏟아 냈다. 한국 정부는 이에 강력 항의했고 일본 정부로부터 재발 방지에 대한 다짐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일본 정부가 G20을 앞두고 환시 개입에 대한 비판의 물꼬를 한국으로 돌리기 위해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또한 의장국을 직접 압박함으로써 G20에서 환율에 대한 논의가 보다 강도 높게 이뤄지도록 하려는 의도도 읽혀진다.
그러나 외신들은 일본 측의 지나친 발언을 문제삼기보다 한국의 환율 정책에 무게 중심을 실어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경우 한국이 저평가된 원화로 인해 G20에서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FT는 원화가 아시아 통화 중에 유일하게 2008년 이후 달러대비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이 기간 엔화와 호주달러는 약 20% 가량 급등했다.
FT는 한국이 공격적이고 대규모로 환시에 개입하고 있다며 한국은행이 종종 하루에 10억달러 이상의 달러를 매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는 2897억8000만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FT는 한국정부가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만 환시에 개입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외신의 분위기를 볼 때, 일본의 뒤를 이어 한국을 문제삼는 국가들이 속속 나올 수 있어 G20을 목전에 둔 우리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中에게는 채찍과 당근 = 간 총리는 전일 중국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중국은 환율 유연성을 확대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린 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대중(對中)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EU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을 걸고 넘어지고 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 11일 밀러 공공문제 센터가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들까지도 정책을 결정할 때 자국 경제를 넘어 전 세계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며 중국의 환율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중국과 여타 국가간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해야만 전 세계가 경기 침체를 탈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빈 킹 영란은행(BOE) 총재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그는 “단지 국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은 충분치 않으며 먼저 전 세계적 안전성이 보장돼야만 한다”고 운을 뗀 후 “중국의 경제 개혁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재정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영국과 같은 나라는 이를 기다려줄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빠른 위안화 절상을 촉구했다.
중국을 방문한 라이너 브뤼더레 독일 경제장관 역시 전일 “중국은 환율 전쟁이 무역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양보해야 한다”면서 “통화전쟁이 심화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국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에 대한 비판 수위를 한 단계 낮췄다. 가이트너 장관은 지난 12일 “지난 6주 동안 위안화는 달러대비 2~2.5% 올랐다”며 “중국이 상당한 폭의 환율 절상을 용인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환율 전쟁의 위험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15일 발표되는 ‘환율 조작국’에 중국이 포함될 지에 대한 언급은 피했지만 양국이 최악의 사태는 피해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심중에는 여전히 칼날을 벼르고 있다. 가이트너 장관은 “중국이 위안화를 저평가함으로써 세계 각국들의 통화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고 환시 개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통화전쟁의 책임을 중국에게 떠넘겼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월 150만원 견디느니, 美 가서 5억 벌죠" 서울대...
이와 관련 중국 정부는 “위안화 절상 압박은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며 맞대응했다.
한편 중국의 지난달 외환보유고는 2조6500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외환 보유고를 늘려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는 국제적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