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피플]정유미 "레드카펫 드레스? 아직 어색해요"(인터뷰)
[부산=스포츠투데이 고경석 기자]정유미에게 '영화제가 사랑하는 배우'라고 했더니 "그런 말 하면 다른 배우들에게 돌 맞는다"며 웃는다. 괜한 겸손은 아니다. '옥희의 영화'가 베니스영화제에서 반응이 좋았을 것 같다고 하자 곧바로 "별로였다"고 답하는 사람이 바로 정유미다. 아시아경제 스포츠투데이가 1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정유미를 만났다.
정유미가 이번 부산영화제를 찾은 것은 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가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이 초청됐기 때문이다. 다섯 커플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에서 정유미는 윤계상과 짝을 이뤄 '진상녀'로 변신했다.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매달려 진상을 부리는 여자 역을 맡았어요. 전 남자친구에게 새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매달리는 인물이죠. 표현하기 쉽게 '진상'이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마음속에 담아 놓은 걸 남자친구에게 속 시원히 말하는 인물이라 여자 관객들이 대리만족의 재미가 있다고 하던데요."
'조금만 더 가까이'를 연출한 김종관 감독의 2003년 단편 '폴라로이드 작동법'은 정유미의 데뷔작이다. 김 감독과의 끈끈한 인연으로 출연한 셈이다. 정유미는 '내 깡패 같은 애인' 촬영 중 잠시 2주간의 여유가 생겼을 때 우연히 연락이 닿아 운명처럼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김종관 감독이 나와 같이 하고 싶다고 하면 여력이 닿는 한 어떤 작품이든 같이 하고 싶다"고 정유미는 출연 이유에 대해 간단히 밝혔다.
"영화제에 초대를 받는 건 좋지만 저는 드레스를 입거나 그런 자리에 참석하는 걸 즐기지 못해요. 베니스영화제도 개폐막작이었으면 안 갔을 거에요. 무대인사처럼 간단하게 하는 거라서 갔죠. 부산영화제 개막식은 TV로 보니까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몇 편의 단편영화에 이어 2005년 김정은 주연의 '사랑니'로 처음 데뷔한 정유미는 이후 줄곧 독특한 캐릭터들을 맡아왔다. '좋지 아니한가'에서는 발레리나를 꿈꾸는 원조교제 여고생으로, '가족의 탄생'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관심과 애정을 쏟아 붓는 봉태규 여자친구로, 지난해 여름 개봉한 '차우'에서는 멧돼지를 쫓는 생태학과 조교로 출연했다.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는 백수와 다를 바 없는 중년 깡패와 사랑에 빠지는 20대 취업준비생을 연기했다.
"작품 선택은 내 에너지의 상태에 달려 있어요. 나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고 '어때? 하고 싶어?' 하고 물으면 '해보고 싶어'라고 말을 하는 식이죠. 감독님이 아무리 좋은 분이라고 해도 제 에너지가 없으면 못할 것 같아요."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에서 '조금만 더 가까이' '옥희의 영화'에 이어 단막극 '위대한 계춘빈'까지 정유미의 2010년은 어느 누구보다 바빴다. 정유미는 "정신까지 지친다는 것을 말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느끼니까 체력 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옥희의 영화'가 끝났을 때는 휴대폰 배터리 표시가 깜빡거리는 것처럼 완전히 방전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정유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학창시절 부산국제영화제를 즐기던 시절을 회상하며 웃음지었다. "그때는 밤새 차타고 내려와서 아침부터 극장 앞에 줄서서 영화 표를 끊어 하루에도 몇 편씩 봤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하겠다"는 것이다. 일정이 바빠 부산영화제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그는 환한 미소와 함께 "장어라도 먹어야겠다"며 서둘러 다음 공식행사를 위해 자리를 떴다.
스포츠투데이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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