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유동성 유입 ‘이제 그만’...자본 규제 강화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양적완화책이 전 세계로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각국들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자본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자본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물밀듯 들어오는 외국자본이 통화가치를 과도하게 올리고 주식시장의 버블을 키울 우려가 있는데다가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책을 발표하며 선제적 조치를 취한 가운데, 미국 역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 역시 추가 양적완화책을 시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고 물가안정과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출구전략을 선호하던 유럽연합(EU)도 추가 부양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로 인해 생성된 막대한 자금은 아시아 시장으로 대거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올해 아시아 시장의 순 유입금은 2724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2829억달러에 비해 소폭 감소한 규모지만 2008년 544억달러에 비하면 5배 이상 증가한 것.
자국 통화가치가 급등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아시아 각국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 태국과 한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은 투자유치를 위해 폐지했던 자본 규제를 부활시키며 대응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태국 정부는 외국인 국내 채권 투자시 15%의 원천징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태국 정부는 올해 달러대비 10% 가량 치솟은 바트화를 절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외국인 투자 자금의 대부분이 채권 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점을 감안, 채권 투자를 제한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지난 3분기 동안 태국에 유입된 1270억바트(42억3000만달러) 중 75%가 채권에 투자됐고 9월까지 외국인의 태국 국채 보유량은 전년동기(100억바트)보다 21배 증가한 2100억바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역시 외국인 채권에 원천징수세를 부과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이 방안에 대해 관계 부처와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미 지난 6월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은행의 과도한 선물환 매입을 막기 위해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신설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는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기간을 늘리고 단기성 투기자금을 억제하기 위해 현 단기채(SBI)보다 기간이 늘어난 9~12개월물 SBI를 발행하고 단기채 전매 제한을 신설, BIS 매입 후 1개월 동안 되팔 수 없도록 했다.
아시아 국가는 아니지만 브라질도 지난 주 외국인 채권 투자 세율을 2%에서 4%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마켓워치는 “자본 유입으로 아시아 증시는 상승할 것으로 보이지만 인플레이션 및 변동성 리스크는 크게 높아질 것”이라면서 “아시아 각국 정부들이 증시에 대한 규제를 신설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자본규제가 실패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제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인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아시아 국가는 대부분 투자자 국가제소권(ISD)을 도입했기 때문에 자본통제책으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에게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의 요제시 카트리 동남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본은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곳으로 움직이게 마련”이라면서 “아시아시장의 매력이 떨어지면 자본은 저절로 떠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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