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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포럼] 행정고시, 공정한 경쟁제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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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채용절차도 기득권층에게 유리
개편 자체 막기보단 보완책 마련을


공정과 경쟁이 요즘 화두다. 민간 전문가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이 제시될 당시만 해도 그저 그런 반응을 가져왔던 행정고시 폐지론이 갑자기 반대 논리에 부닥치게 된 것은 외교통상부가 통상 전문가 특별 채용 과정에서 유명환 장관 딸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나타난 이후다. 행정안전부 특별인사감사팀은 외교부가 유 장관 딸이 특채에 응시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장관 딸을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관을 임의로 선정해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는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 장관 사건과 행정고시 폐지는 그 본질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행정고시 폐지가 곧 현대판 음서제도의 부활이라는 자극적인 비약 논리로 재포장돼 나타났다. 현재의 행정고시제도를 비롯한 공무원 임용제도는 분명 개혁의 필요성이 있다. 현재와 같은 대규모 공채를 통한 일괄 선발 제도로는 무한경쟁 시대의 급변하는 국가 행정을 선도할 핵심인재를 선발하고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임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또한 현행 행정고시 제도를 여전히 공정한 경쟁제도라고 주장하는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 기득권층에게 유리하게끔 게임의 룰이 적용된 출발선상에서의 공정함이 어느 정도 호소력을 지닐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자신의 생활은 물론이고 가족의 생계조차 돌보지 않은 채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 이상을 시험공부에만 매달릴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사람들끼리의 경쟁이 과연 얼마나 공정한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행정고시는 차치하고라도 우리 사회의 공직 임용제도 중에서 소수자와 경제적 취약 계층을 대변하고 이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공무원이 얼마나 배출 됐는가. 모든 이가 공정한 룰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사회적 배려가 있는 경기에서 뛸 수 있도록 현재의 공직임용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나라 공직사회의 커다란 문제점 중의 하나는 전문 직업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문 직업 역량은 수험서를 오랫동안 공부했다고 해서 확보됐다고 말할 수 있거나 혹은 공직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확보됐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직을 수행할 수 있는 기본 소양에 더해 창조력과 업무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더해질 때 비로소 전문 직업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미래에 경쟁력을 갖춘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우선 공정한 경쟁의 출발선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굳이 대표관료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를 미래 선진국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전 계층의 국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직 임용제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기본 소양과 함께 업무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 전문성을 지닌 사람을 발굴할 수 있는 공직임용사정관 제도를 전면 공개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적극적 임용정책(affirmative action)을 통해 경제적 취약계층, 농어촌 지역, 노동자, 장애우, 다문화가정 출신 등을 고려한 임용후보자를 사전에 선발하고 전문역량을 확보한 인력으로 교육하고 개발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용해야 한다.

행시 개편안으로 인해 공무원 공채인원이 줄게 되고 공정한 경쟁을 막게 된다는 여당 국회의원의 이상한 논리가 뜨악하다. 가치와 비전 제시도 없이 혼탁한 윗물을 빙자해서 제도 개편 자체가 혼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보다 사회적 배려를 갖춘 공정한 공무원 채용 및 운용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국가 선진화에 더욱 필요하다는 주장이 더 가슴에 와닿는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 교수 국가위기관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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