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러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곡창 지대에 닥친 이상 기후로 곡물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글로벌 식품업체의 타격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밀과 옥수수, 보리 등 비스킷과 빵, 맥주 등 주요 식품 원료 가격이 급등, 식품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파생상품을 통한 헤지로 위기를 모면했다고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안호이저부시 인베브와 제너럴밀, 크래프트 등 글로벌 식품업체는 지난 2007~2008년 곡물 가격 급등으로 한 차례 값비싼 학습효과를 얻은 후 적극적인 헤지에 나섰다는 얘기다.

2주 전 켈로그는 투자자들에게 곡물 상품 90%를 헤지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가뭄으로 보리 가격은 지난 1달 반 동안 무려 2배 이상 뛰었지만 세계 최대 맥주제조업체 안호이저부시-인베브는 가격급등에 따른 문제를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내년까지 보리 상품을 헤지했기 때문. 몇 주 전 제너럴 밀스의 돈 멀리건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지난 6월부터 시작된 2011 회계연도 곡물 상품의 약 50% 헤지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식품업체들이 곡물 상품 헤지에 나선 것은 지난 2007~08년 식품 가격 급등으로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그간 식품업체들은 갑작스러운 곡물 가격 급등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일부 대형 식품업체들만이 가격 변동성이 심한 커피와 설탕, 코코아 등 일부 상품만을 헤지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적인 밀과 콩, 우유, 옥수수 등의 곡물 상품에 대해서는 헤지하지 않았다. 게다가 업계에서는 통상 곡물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을 높이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2007~08년 위기를 겪으면서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식품업체들은 파생상품을 통한 위험 헤지에 나섰다. 식품업체들은 선물과 옵션 거래를 통해 위험을 헤지했고, 월가에서 장외 파생상품 거래에도 직접 나섰다. 덕분에 곡물 가격 급등으로 이익률이 줄어들거나 제품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들의 반발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금융업계 전문가는 글로벌 대형 식품 업체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2007~08년 위기 이후 새로운 헤지 계약을 설정한 것으로 추산했다. JP모건의 윌 슈롭셔 곡물 상품부문 대표는 "3년 전 곡물 가격 변동성으로 곡물 가격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식품업체들이 가격 위험관리에 집중하고 헤지에 나서도록 재촉했다”고 말했다.


다만 식품업계의 헤지 기간은 다른 업계에 비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곡물 상품 공급이 해마다 기후 상황과 병충해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식품업체들이 12~18개월 이상 가격을 헤지하는 것을 꺼린다는 것. 이는 에너지 혹은 금속 관련 업계가 길게는 10년 후 가격까지 헤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AD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밀 가격이 급등하는 등의 위기는 발생 빈도가 낮기 때문에 과도한 헤지는 오히려 기대치 않은 결과를 안겨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공수민 기자 hyunhj@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공수민 기자 hyunhj@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