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소설가 출신이자 영국 빅토리아 시대 재무장관 및 총리를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통계를 믿지 않았다고 합니다. 젊은 시절 투자를 잘못해 막대한 금액을 날린 적이 있는 그는 생전에 "세상엔 세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빌어먹을(damned) 거짓말, 통계"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최근 불거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相生)문제에 대해서도 '통계의 오류'는 그대로 적용됩니다. 올들어 매분기 사상 최대 수익을 내고 있는 대기업들은 자신들과 협력업체와의 영업이익률이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그래도 할 만큼 한다"고 항변합니다.

반면 재계 소식을 다루는 한 인터넷사이트에서는 국내 10대 제조업체와 주요 거래 계열사, 협력업체의 영업이익률을 비교했는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내부 계열사의 영업이익률은 그 전해보다 높아진데 비해 협력업체는 거꾸로 전년대비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최근 만난 국내 완성차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한 부품업체 대표는 "뉴스를 보니 부품업체들의 평균 이익률이 3~4% 가까이 나오던데 도대체 어떤 곳이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리고선 "우리처럼 겨우 1~2% 정도인 곳이 있는 반면 6~7% 넘는 곳도 있다는 얘기인데 비결이라도 묻고 싶다"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물론 이처럼 수치들이 다르게 나온 걸 갖고 쉽게 조작이라고 단정짓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다만 서로 다른 표본과 기준을 통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숫자와 통계를 인용했다고 보는 게 더 적절할 것입니다. 특히 이 문제와 관련, 저마다의 통계를 주장할 수 있는 건 그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공정거래가 중요하다고 누구나 입버릇처럼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 실태를 객관적으로 조사한 곳은 한 곳도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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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중소기업간 상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평등하고 협력관계에 있다는 문화의 정착, 정부당국의 강력한 문제해결 의지와 같이 숫자로 표현될 수 없는 부분일 것입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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