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안의 나비' 당신의 갑상선은 안녕하십니까

먹은 것 없는데 살찌고 뚜렷한 증상없이 "늘 피로"
전체환자 20%는 남성 차지..남성 갑상선암은 더 위험

[아시아경제 강경훈 기자] 40대 직장인 김운석 씨. 요즘 들어 부쩍 피곤하다. 열대야에 밤잠을 설쳤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만사가 귀찮고 식욕도 없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먹은 것도 없는데 살이 좀 쪘다는 것이다. 이리저리 병원을 전전하던 김 씨는 '더위를 먹은 게 아니라 갑상선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원인 모를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김 씨처럼 갑상선 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피로감을 쉽게 느끼거나 에어컨 바람이 엄동설한 강풍으로 느껴지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갑상선, 여성만의 질병? 'NO'

갑상선 질환이 여성에게 흔한 건 맞지만 여전히 20% 정도는 남자에게 생긴다. 갑상선은 목 가운데 아래 부분에 위치한 나비모양의 기관으로 무게는 대략 20∼30g정도다. 만져지거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크기가 작다고 하는 일도 적은 건 아니다.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갑상선 호르몬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한다든지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어떤 문제가 생겨 호르몬이 정상보다 많으면 신진대사가 빨리 일어나 몸이 더워지고 자율신경이 흥분하게 된다. 체력소모가 커져 몸이 무기력해지고 쉽게 피로를 느낀다. 식욕이 좋아지기 때문에 잘 먹지만 오히려 몸무게는 준다. 몸에 열이 많고 더위를 못 참게 되며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벼운 운동만으로도 마라톤을 완주한 것처럼 가슴이 터질 듯하다. 성욕도 줄어든다.


이와 반대로 정상보다 적으면 쉽게 피곤하거나 추위를 많이 타게 된다. 식욕은 없지만 살은 계속 찐다. 기억력도 떨어진다. 얼굴과 손발이 잘 붓고 목소리가 쉬며 말이 느려지고 소화도 잘 안되고 변비가 잘 생긴다.


갑상선 호르몬 양은 어느 순간 갑자기 줄기보다 오랜 기간을 두고 천천히 변하기 때문에 스스로 증상을 알아채기 힘들다. 그냥 '난 왜 항상 피곤할까' 하는 정도다.


김동선 한양의대 교수(한양대병원 내분비내과)는 "통상 피곤함은 하루 이틀 숙면을 취하면 풀리지만 갑상선 기능저하증 환자들은 항상 피곤하고 신진대사가 떨어져 오히려 더위를 덜 타게 된다"고 말했다.


◆무조건 해조류 멀리? 'NO'


한때 미역이나 다시마 등 해조류를 많이 먹으면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생긴다거나. 기능항진증 환자는 해조류를 먹지 말아야 한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데 요오드가 필요한데 해조류에 요오드가 풍부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몸이 섭취한 영양분을 모두 쓰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만큼 받아쓰고 나머지는 배설시키므로 기능항진증 환자가 해조류를 멀리할 필요는 없다. 다만 방사선 치료를 앞두고 있거나 의사의 판단에 수치가 너무 높다고 생각되면 일시적으로 요오드 함유 식품을 제한할 필요는 있다.


보통 갑상선 기능저하증은 부족한 갑상선 호르몬을 외부에서 보충해 주는 치료를 한다. 문제는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세포의 수가 적기 때문에 호르몬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것. 평생 약을 먹는다고 해서 부작용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는다.


항진증은 치료법이 조금 복잡하다. 갑상선 호르몬 수치를 줄여주는 약을 먹거나 방사선 치료, 수술법 등이 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갑상선 이상 '암'으로 발전할까? 'NO'


갑상선 질환이 여성들에게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남자들은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문제는 갑상선암인데, 여성에게는 '착한 암'이지만 남성에게는 결코 관대하지 않다. 여성의 경우 갑상선암이 생겨도 진행이 느리고 치료도 쉽지만 남성은 진행도 빠르며 예후도 여자에 비해 더 나쁘기 때문이다.


박정수 연세의대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센터)는 "갑상선암은 치료가 잘되고 생존율도 높은 편이지만, 남성 갑상선암은 같은 크기의 여성 갑상선암보다 치료 결과나 생존율이 훨씬 떨어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능저하증이나 항진증이 있다고 해서 갑상선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능 이상증이 있으면 갑상선 자체의 모양이 변해 초음파검사에서 암과 구별하기 힘들다.


유플러스 영상의학과 강석선 원장은 "기능이상이 있는 사람들은 갑상선의 모양이 변형돼 있기 때문에 초음파 검사에서 놓치기 쉽다"며 "정기적으로 검사를 해서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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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강남세브란스병원 핵의학과, 유플러스 영상의학과


강경훈 기자 k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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