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해외시장 진출 … 경영공백 이은 자금난이 원인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33년 역사를 이어온 토종 패션기업 톰보이가 17억원 상당의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작년 초 또 다른 국내 브랜드 쌈지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상장 폐지된 이래 패션업계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중견 패션업체들이 해외 명품 및 유명 브랜드를 따라 잡지 못하고 저가 SPA(패스트패션) 브랜드 등에는 가격경쟁력에 밀리면서 옛 명성이 퇴색해가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 경영공백 이후 글로벌 경제 위기로 유동성 악화 = 톰보이는 15일 기업은행과 하나은행에서 지급을 제시한 16억8800만원 규모의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톰보이 주식에 대해 오는 20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정리매매를 거쳐 상장폐지할 예정이다.

톰보이가 운영하는 백화점 매장들은 부도설이 나오기 시작한 지난 13일부터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톰보이가 운영하는 여성캐주얼 '톰보이'와 '톰보이진', 남성복 '코모도' 등이 지난 13일부터 영업을 중단하고 매장을 비웠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1977년 여성복 톰보이로 출발해 남성복, 진캐주얼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전국에 300여개 매장을 운영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파리 쁘렝땅백화점을 비롯해 뉴욕과 상하이 등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창업주인 최형로 회장이 2006년 갑작스레 별세한 이후 경영 공백이 빚어지면서 사세가 급격히 악화됐고, 지난 2007년에는 논현동 본사를 260억원에 매각해야 할 지경에 이른다.


◆ 유명 브랜드에 치이고 가격경쟁력에 밀리고 = 톰보이의 매출은 2007년 2022억원을 고점으로 2008년 1798억원, 지난해에는 1643억원 등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비인기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하고 내부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쳐 지난해 말 금융인 출신의 신수천 대표가 경영권을 인수했지만 패션 경험이 부족한 그로서도 이번 부도 사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회사 측은 특히 지난 9일 15억원 규모의 사모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추진했지만 성사되지 못하면서 자금 사정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원가절감 등을 통해 작년 하반기부터 상황이 나아졌고 경기회복세와 맞물려 올 상반기에는 실적 목표치도 달성했다"며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패션업에 대한 경험 부족도 원인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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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쌈지와 마찬가지로 톰보이 역시 패션 트렌드와 브랜드력에서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한 점이 있다"며 "토종 패션 브랜드들이 고가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들로부터는 외면을 받고 국내에서 잇따라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SPA 브랜드에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점차 그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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