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박경철의 힘..그가 살아가는 삶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그 넓던 강당이 비좁게 느껴졌다. 주최측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8년동안 72차례에 걸쳐 명사특강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처럼 많은 청중이 몰린 건 처음"이란다. 의자 간격을 좁히고 좁혀 550석을 마련했다는데 빈 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경남 통영에서 올라왔다는 이도 있고, 나이가 64세라고 밝힌 이도 있었다. 평일 저녁 7시30분에 가정주부가 많이 보인 것도 의외였다.(가족 저녁식사는 어떻게 '요리'하시고 지금 이 자리에 계신걸까?)

이 모두 '시골의사'란 필명으로, 베스트셀러의 저자로, 구수한 입담에 날카로운 분석의 명강사로 유명한 '박경철의 힘'으로 보였다. 그러나 강연 주제는 그의 전공(투자? 또는 의사?)과는 거리가 있는 '내가 살아온 삶, 내가 살아갈 삶'이었다.


"1년에 150차례씩 강연을 하는데, 15분전에 주제를 알려준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직은 이런 류의 강연을 하기에는 연륜(46세)이 짧은 것도 같고...청중도 학생이면 모르겠는데 동연배나 선배들이 많으시고..."

강연 주제가 버겁다는 말로 시작했지만, 그가 1시간30분간 풀어낸 '살아온 삶'은 생각보다 굴곡이 컸다. 초등학교 시절 대도시로 전학해서 겪은 문화적 충격, 평범한 고등학생의 의대 합격기, 대학시절 부친의 갑작스런 사망과 이에 따른 생활고, 첫째 아들의 난산과 그 후유증(뇌성마비)을 치료하기 위해 기울인 의사 아버지의 처절하고 애끓는 노력 등등. 굴곡 만큼이나 듣는 이에 전달되는 울림도 컸다.


14일 오후 휴넷 주최, 아시아경제신문 후원의 명사 특강. 박경철 원장은 자신을 "아주 평범한 둔재(IQ가 110 정도라고...)"라며 "넉넉치 않은 시골 가정에서 오로지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인내와 뚝심, 그리고 성실을 무기로 살아왔다"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과외금지 덕택(?)에 경쟁자들과 동일한 조건(자신은 경제적으로 과외를 받을 수 없는 처지였기에...)에서 대입시를 치렀고, 간신히 지방 의대에 진학했으나, 갑작스런 부친의 죽음과, 뒤따른 경제적 불운을 타개하기 위해 가장으로써 어쩔 수 없이 지방 소도시에서 의원을 개업하여 돈을 벌어야 했다.


“3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24시간 진료했어요. 진료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새벽에도 환자가 오면 진료를 했죠. 2~3시간 이상 길게 자본 기억이 없습니다."


당시 그는 "의사인 내가 환자들을 살리는 게 아니라, 환자들이 나를 살려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이 컸다고 한다. 환자를 더 끌기 위해 저녁에는 낮에 다녀간 고객(?)에게 '해피콜'을 했고, 자전거로 왕진도 많이 다녔단다.


그렇게 2년을 고생해서 집안의 빚을 다 갚고 투자에도 성공해 경제적 안정을 이뤘으나 그의 삶은 다시 한번 위기에 봉착한다. 의대 동기인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첫째가 분만 과정의 사고로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고, 의사에서 장애 환자의 아버지가 되어버린 것.
아이를 데리고 미국에도 갔고, 어렵게 신약을 구해 투여하는 등 갖은 노력 끝에 아이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았다.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부모를 만나지 못한 탓에 아직도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의 친구들과 그 부모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그는 '살아갈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그 답은 자신의 경험을 중고생들에게 들려줌으로써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었다.


"돈으로 하는 기부는 가장 쉬운 선택입니다. 저는 꿈을 잃어 버린 시골의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AD

그렇게 해서 '안철수-박경철의 지방 기살리기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지방의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찾아다니며 연간 150차례 이상의 강연을 하게 되었다. 자본주의에서 '기회균등'과 '결과균등'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전자가 훨씬 더 의미가 크다는 것.


끝으로 그는 '국민소득 2만불'의 대한민국 경제에 대해 "우리는 그동안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는 '추격성장'을 해왔으나 이제는 남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앞장서야 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었다"면서 개발연대 방식의 시민의식에서 탈피해 수평적 사고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사진=송원제 기자 swi7@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