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바늘을 6년 전으로 돌려보면 그 이유는 명확해진다. 강정원 국민은행장 취임 이후 벌어진 은행대전에서 KB는 리딩뱅크 지위를 위협받는 수준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민은행이 저성장을 보인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2006년 시행된 개인영업점 업무분리제도, 이른바 SOD(Segregation of Duties) 제도에 따른 패착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제도는 사실 이에 앞서 2005년 6월에 발생한 국민은행 오목교지점 신모 과장의 650억원 횡령 사건이 발단이 됐다. 위조 CD로 진본을 대체한 신모씨는 650억원 규모의 진품 CD를 판매해 중국으로 잠적했다.
후에 금융감독원은 해당 지점을 폐쇄하고 국민은행에 기관경고와 함께 강 행장에게는 주의적 경고조치를 내렸다. 전임자 김정태 행장이 회계 문제로 징계를 받아 연임에 실패했던 사례를 경험한 강 행장 입장에서는 '사고예방'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던 셈이다. 2006년 9월 국민은행은 전 영업점에서 SOD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단순입출금과 상품판매 등 그동안 한 창구에서 이뤄지던 업무를 나눠서 담당자만 해당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SOD를 시행하면서 고객은 고객대로 불편을 감수해야 했고, 업무분리를 위해 필요한 인원은 비정규직으로 채용됐다. 퇴임 지점장을 중심으로 한 자점검사역 제도도 이때 시행됐다. 당연히 업무 효율도 떨어질 뿐더러 생산성도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어 내정자는 조직의 안정을 위해 취임과 함께 사의를 표한 강정원 행장 후임인사를 가장 먼저 실시해야 한다. 당장 선진연대 파문에서 보듯 이른바 TK를 중심으로 한 지역주의에 대한 비판론을 감안할 때다. 국민은행 내에서 동료 및 부하직원들로부터 신임을 얻고 있는 내부 출신 은행장을 선임하는 결단이 필요하며 이와 함께 영업력 신장에 장애가 되는 각종 제도를 손봐야 한다.
금감원에서조차 폐기된 계급 정년제도가 암암리에 시행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영업실적 및 업적평가에서 'S등급'을 받은 지점장이 출생년도에 따라 본부장 진급을 못 하는 불합리성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성과주의를 공고히 하려면 '능력 우선'의 인재 중용이 최우선이다.
어 회장은 KB지주의 지나치게 높은 은행 사업비중을 재조정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해 필요하면 기업 인수합병(M&A)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그 같은 전략은 큰 그림으로 그리면서 중장기적인 과제로 다뤄야 할 사안이다. 현 시점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흐트러진 전열을 재정비하는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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