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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1000원 지폐의 작은 기적 '소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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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아버지 돌아가신 날, 아버지 지갑속에 있던 유일한 돈. 아빠! 사랑해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가슴 뭉클한 사연이 또박또박 손글씨로 적힌 1000원짜리 지폐 한장이 7년만에 주인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지폐에 적힌 사연이 남달라서 강원도 어느 식당에서 보관 중'이라는 짤막한 글이 작은 기적을 일궈낸 것입니다.
이 글을 사내 블로그에 올린 사람도, 그 글을 읽고 강원도로 달려가 지폐를 찾은 이도 삼성 직원입니다.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주변에서는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감탄사를 절로 터트리고 있습니다.

소통 경영이 재계에 화두로 떠오르면서 삼성의 사내 블로그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삼성은 2006년 조직원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사내 블로그를 도입했습니다. 직원 누군가가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 등을 올리면 다른 직원들이 댓글을 달면서 소통을 이어갑니다. 1000원짜리 지폐의 기적도 그렇게 이뤄진 것이죠.

그룹 내 소통 수단이었던 사내 블로그는 최근 외부와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문을 연 삼성그룹의 공식 블로그 '삼성 이야기'(www.samsungblogs.com)는 사내 블로그 내용들로 채워집니다.
'삼성 이야기'라는 글자 그대로 직원들이 사내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가감없이 공개한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 블로그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 대개의 기업 블로그들은 미리 기획된 주제를 전문 필진들이 작성해 올리는 방식이어서 인위적인 느낌이 없지 않지요.

하지만 삼성 이야기는 조직 내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공개해 사람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때론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나 지나친 애사심이 오해를 낳고, 이로 인한 댓글 공방이 아슬아슬하게 펼쳐지기도 하지만요.

그룹 일각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지만 대체적으로 솔직함과 당당한 자세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기획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위적인 전략에서 벗어나 조직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해 외부와 진솔한 소통을 이어가는 것이 그룹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제조업에 기반을 둔 삼성은 그동안 일사불란한 조직력을 강조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쌍방향보다는 단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개방보다는 닫힌 조직 문화가 뿌리내린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소통의 시대를 맞아 삼성은 안팎으로 개방과 혁신이라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폐쇄적인 조직 문화로는 변화무쌍한 웹 2.0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의 발로입니다.

1000원짜리 지폐의 작은 기적도 따지고 보면 소통의 결과입니다. 스마트폰에서 불붙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경쟁이 TV로 확대되는 등 전자 업계는 일촉즉발의 생존 게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거함 삼성'이 개방과 혁신이라는 신형 엔진을 달고 또 어떤 기적의 항해를 이어나갈지 눈여겨볼 일입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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