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만의 표차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새벽까지 잠을 설치게 만든 박빙의 서울특별시장 개표 상황. 중계방송을 보면서 “왜 내가 투표를 하지 않았을까” 통탄했던 주민들도 많이 있었을 것입니다.
갑남을녀들이 던진 한 표 한 표의 위력이 얼마나 가슴 두근거리는 드라마를 연출하는가를 느꼈던 2010년 6월 3일 아침. 여당과 제1야당이라는 단순한 승부차원을 넘어서서 우리 선거사에 길이 남을 남녀 간의 숨막히는 성대결 명승부였습니다.
오뉴월에 품은 여성의 한과 숨겨졌던 유권자의 발톱은 그렇게 의외로 깊고 날카로웠습니다. 야당의 시각에서 보면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송영길 후보 등에서 보듯이 국민들은 경쟁후보에 비해 보다 젊은 쪽으로 세대교체를 선택한 것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이들 친노 핵심세력들의 대거 재기로 민주당 지도부의 세대교체가 불가피해졌으며, 당의 외연이 호남을 벗어나서 수도권과 경남, 충청, 강원권까지 남북으로 관통하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을 염원했던 ‘바보 노무현’의 원력이 고루 미쳐서 일까요.
반면에 한명숙 후보의 선전은 세대교체와는 다른 측면에서 여성의 정치적 미래를 확인한 선거라고 봅니다. 그녀는 여성 총리시대를 연데 이어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이란 문턱을 잠시 넘나들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차기 대선에서 여성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입니다.
야권 연대에 의한 단일후보의 위력 또한 예전에 없었던 과실입니다. 이번 선거결과를 토대로 향후 다른 선거에서도 어렵지 않게 연대가 성사될 여지를 확인한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유시민 후보의 득표력과 부산의 김정길 후보가 얻은 44%대의 민주당 지지표는 무척 의미 있는 패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역할은, 경기도에서의 후보단일화 중재란 성과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춘천에 칩거하며 일찍부터 이광재 민주당 후보에 대한 적극지원을 통해 더불어 그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크게 넓혔다는 데 성과가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보면, 역시 박근혜 전 대표가 움직이지 않는 선거의 한계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그녀가 움직일 명분과 공간을 주지 않았던 당 지도부의 한계를 반증한 선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여당이 역대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던 공식을 거의 답습하고 말았지요.
충청권에서 교두보를 상실한 문제는 세종시 원안 수정문제에 대한 충청도민 다수의 반대의사가 표로 반영되었다고 해석해야 합니다. 정운찬 총리의 좌충우돌과 동분서주가 정치적으로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동안 일방적이다 싶을 정도로 민심에 거스르는 정치를 했다는 인식이 선행되어야겠죠.
더구나 ‘천안함 피격’이란 대형 호재(?)를 앞세우고도 오히려 여당이 침몰하게 된 배경에 대해 치열한 정치적 분석이 따라야겠지요. 그런 전제가 없이는 2012년의 총선과 대선도 치명적인 결과를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몽준 대표 체제의 유약함에 대한 진단과 수술방식이 구체적으로 검토되는 것도 당연한 정치적 운명입니다.
마지막까지 표심을 노출하지 않는 유권자들로 인해 여론조사에 의한 당선자 예측이 예전보다 훨씬 조심스러워진 점도 이번 선거의 큰 특징입니다. 특히 박빙의 선거에서 표심을 감춤으로써, 보수적인 신문들과 방송사들의 예측이 빗나가도록 해 여론조사 자체를 불신하게 만드는 의도성도 엿보였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YTN과 유명 여론조사기관이 전화 설문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로, 접전지역임에도 불구하고 10%가 넘는 치욕적인 오차범위를 넘었습니다.
정치도 경제도 영원한 1위는 없으며, 한나라당이 불패의 성역으로 간주해 왔던 경남과 강원도를 실지(失地)한 상실감은 당분간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로 남을 것입니다. 그 와중에서 서울 강남과 서초, 송파 등 소위 부자동네의 한나라당에 대한 애정은 변함없이 확인되었습니다.
여전히 남은 미완의 정치적 숙제 하나는, 무소속 후보 김두관의 사례에서 보듯이 양당의 후보가 남의 근거지에서 당당하게 당명을 걸고 승리를 하기엔 힘이 부치는 영호남의 배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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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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