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구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사장


 대담=김동원 부국장 겸 정보과학부장
 
시스코시스템즈(이하 시스코)는 연매출 5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통신장비시장의 절대강자다. 2000년대 전세계에 몰아닥친 이른바 '네트워크 IT혁명'을 이끈 주역으로 전세계 기업의 IT설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금문교를 상징하는 시스코 마크를 각인시켰다.

하지만 시스코는 더 이상 통신장비 업체에 머물지 않고 있다. 소비 가전시장에 진출하는가 하면 첨단 네트워크기술과 지능형 빌딩 솔루션 등 미래 인류의 주거문화를 바꾸겠다는 야심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력 통신시장이 포화한데다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5월 시스코코리아 대표로 합류한 조범구 사장은 한국시장에서 그 같은 시스코의 비전을 실현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합류 당시만해도 4년만에 사령탑교체에다 IT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컨설턴트 출신 대표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시각이 엇갈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조 사장은 송도 친환경 미래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시스코코리아를 미국 본사가 주목하는 생동감 넘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조사장은 20년간 컨설팅 업계에서 차곡차곡 쌓아올린 식견을 기반으로 누구보다 시스코코리아의 경쟁력과 미래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특히 최근 탈(脫) 통신을 부르짖는 국내 통신기업 CEO들과도 활발히 접촉하는 등 협력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임이후 새로운 환경과 쏟아지는 시선 등 부담감때문에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조 사장은 정확하게 취임 1년째되는 지난 25일 본지의 인터뷰에 응했다. 서울 코엑스 아셈타워 5층에 자리잡은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를 찾아 네트워크장비업체 CEO로 한 해를 보낸 조사장을 만나 IT시장의 미래 청사진과 포부에 관해 들어봤다.


▷시스코 코리아 CEO로 새로운 시장에 합류한지 1년이 됐는데, 그동안 느낀 점을 압축적으로 표현해달라.


"오늘(25일)이 정확히 1년째다. 사실 시스코 합류하기전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 가고 싶은 회사라는 정도의 느낌이강했고 매출과 같은 수치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와서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10배, 20배나 좋은 회사라는 것을 깨달았다.


글로벌한 기업문화가 널리 퍼져있고 매사에 적극적이며 의사결정도 전광석화처럼 빠르다. 특히 종사자들이 벤처의 마인드를 갖고 있는 점이 돋보였다. 그동안 80개사 이상을 인수합병하다 보니 외부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편이다. 시스코에 합류하게 된 것이 행운이었다고 본다.


통상 일반기업의 직원 만족도 조사를 하면 60% 안팎인데 시스코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90%를 훌쩍 넘겼다. 이는 금전적인 문제는 아니다. 사람을 중시하는 문화때문인 듯하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직원이 성과를 못내면 내치는데 시스코는 본인에 맞는 업무를 찾아주고 적소에 재배치해 성과를 이끌어낸다. 일반기업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 직원들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다. 지난 분기 영업쿼터(할당량)를 못채웠다면 다음 분기 성과를 합쳐 보너스를 준다. 단기적으로 손해겠지만 사기 부양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회사에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러니 직원들이 회사를 믿고 따를 수 밖에 없다."


▷시스코가 요즘 단순 통신장비 회사에서 종합 솔루션 및 서비스 회사로 변신을 추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시스코의 탈바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시스코는 과거에 특정 제품중심의 기업에서 전반적인 아키텍처(구조) 세일즈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과거에는 우리가 가진 제품 중 고객이 원하는 것을 골라서 팔았다면 지금은 전체적인 솔루션이 나오는 아키텍처를 설계해 고객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우리 솔루션이 아니라도 고객에게 가치가 있다면 타사 제품도 과감하게 묶어서 판매한다. 이는 우리 제품과 서비스, 아키텍처 역량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아가 최근에는 몇몇 아키텍처가 여러 개 묶인 거대한 플랫폼을 제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현재 송도에서 추진하는 친환경 미래도시 개발프로젝트에서 실현중인 'S+CC'사업이다. 이는 스마트+커넥티드 커뮤니티(Smart+Connected Community ㆍS+CC)를 합친 용어로, 첨단 미래도시를 위한 기반 솔루션과 네트워크를 플랫폼으로 만들어 도시 단위의 비즈니스를 펼치는 것을 뜻한다.


시스코는 결코 핵심역량과 동떨어진 부분을 다루지는 않는다. 인터넷프로토콜(IP)기반의 통신서비스나 화상 및 음성 처리, 데이터 압축, 보안 등은 어느 IT기업보다 탁월한 기술 기반을 갖추고 있다. 시스코는 과거 모든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오만에서 벗어나 요즘은 전략적 협력을 통해 우군을 만드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것이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첩경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LG전자 역시 이같은 시스코의 정책을 배워갈 정도다."


▷최근 국내외 통신사들이 '탈(脫)통신'을 마치 구호처럼 내세우고 있다. 이는 요즘 시스코가 추구하는 모델과 겹치는 것은 아닌가?


"물론 겹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제품을 통해 통신사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상호보완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일부 통신기업들이 특정 고객사들을 놓고 초기에는 우리와 경쟁하기도 했지만 곧 협력모드로 돌아섰다.


BT(브리티시텔레콤)가 대표적인 예다. BT는 요즘 시스코 제품을 통해 부가가치를 더해 기업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통신사들의 탈통신 비즈니스는 초고속인터넷 기반 서비스로 오히려 장비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기에 더욱 유리하다. 다만, 국내 통신사들의 탈통신 모델은 아직 초기단계로 특정 장비와 통신을 묶어 임대하는 형태에 머물고 있다.


방향은 틀린 것이 아니지만 좀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모델에 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인도의 타타통신은 시스코의 화상회의 장비를 수십개 구매해 전세계 지사에 설치했고, 이를 이용하기 원하는 기업들에게 빌려주고 시간당 사용료를 청구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냈다. 인프라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할만 하다. 최근 국내통신사들도 유무선결합(FMC) 사업을 확대하는데 가격 매커니즘에 변화를 주거나 클라우드컴퓨팅 처럼 파생모델이 많은 서비스에 대해 연구하고 묘안을 짜내다보면 좋은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 세계적으로 '그린 IT'와 저탄소 녹생성장이 화두로 떠오르는데 이에 대한 시스코만의 접근법은 무엇인가.


"온난화와같은 전지구적 이슈에 대해 시스코는 대표 IT기업으로서 일정 정도의 책임을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녹색성장을 위해 요즘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가령 시스코가 4년전 출시한 화상회의 시스템의 경우, 이를 도입한 기업들이 출장비를 50%이상 줄였다는 소식을 듣고 고무돼 있다.


또한 UCS서버의 경우, 한 마디로 전기냄새만 맡아도 돌아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에너지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작동하지 않을 때는 스스로 절전하는 식이다. 시스코 전화기 색깔이 다소 우중충한데 이 역시 재활용 소재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시스코는 빌딩의 에너지 효율에도 관심이 많은데 과거 빌딩제어의 경우, 전력선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IP기반으로 통제한다. 이를 통해 단순 전기뿐아니라 실내온도, 에너지 소모 모니터링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이른바 인텔리전스빌딩보다 더 인텔리전스하다. 탄소 배출의 문제는 사실 목표를 정하고 다뤄져야 하는 사안이다.


특히 IT기술은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전력소모가 많은 데이터센터(IDC)다. 시스코는 과거 4층 건물 크기의 IDC를 불과 60평 크기로, 2만 2000개 서버를 500개로 줄인바 있다. 이 정도인 만큼 에너지절감 효과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 하지만 대부분 IT기업들, 특히 서버장비 업체들은 이를 재앙이라 여기고 있다. 자사 서버 매출이 줄기 때문인데, 이같은 이해관계를 극복하는 것이 사실 가장 큰 숙제다."


▷지난 3월 시스코가 인천시와 미래도시 구축을 위한 제휴를 맺었는데 현재 진척상황은 어떤가.


"스마트 커넥티드 시티인데 모든 시민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ICT솔루션을 통해 첨단 미래도시의 혜택을 향유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인천시와 양해각서를 통해 스마트+커넥티드 커뮤니티(S+CC)를 위한 시스코 글로벌 센터를 송도에 설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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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자체의 예산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중이다. 부산시와도 S+CC모델을 협의중이다. 부산의 경우, 인프라를 다시 짜는 신도시가 아닌 기존 도시를 변모시킨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이같은 도시 단위 플랫폼은 일단 성공만하면 해외수출도 가능하다.


때문에 되도록 빨리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존 챔버스 시스코시스템즈 회장이 인천 송도 케이스를 자주 언급할 정도로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스코의 도전은 한국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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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조성훈 기자 search@
사진= 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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