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평화롭던 지구촌에 온갖 재앙이 쉼없이 몰아치고 있다. 북반부에는 이상 한파가 한창이고, 아이티와 칠레에는 초대형 강진이 덮쳐 아비규환 지옥을 만들어냈다.
아이슬란드의 화산은 엄청난 인파의 발을 꽁꽁 묶어 버렸다. 가뭄으로 신음하던 중국 남부에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인재(人災)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해저 시추선 사고로 엄청난 양의 원유가 바다 위를 떠다니며 청정대해를 기름때로 오염시키고 있다. 이러다가 정말로 종말이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다.
천재(天災)와 인재의 피해는 확실히 늘어나는 추세다.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일이 이어지고 있고, 재산 피해도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런 변화가 산업화와 근대화의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현대 사회가 리스크로 가득 찬 '위험사회'라는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와 울리히 벡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에게 풍요와 편익을 가져다 준 과학과 기술의 빠른 발전이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새로운 위험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새로운 기술의 위험에 일일이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비용을 감당하기도 어렵지만, 위험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우리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대의 과학과 기술을 모두 포기하고 자연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런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인구의 감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산업화와 근대화를 포기하려면 90%의 인구가 줄어야 하고, 농경목축까지 포기하려면 99%가 줄어야 한다. 인류역사가 알려주는 거부할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에게는 인구 감소를 감당해 낼 재주가 없다. 인구 감소는 곧 생물학적 멸종을 뜻하게 될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냉혹한 현실이다.
위험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자연 재해가 최근에 산업화와 근대화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분명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지진, 화산, 태풍, 해일, 황사와 같은 자연 재해는 지구의 역사와 함께 해왔던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이다.
인구가 늘어나고, 우리의 생활이 풍요로워졌고, 정보 전달이 가속화되면서 자연 재해가 훨씬 자주 발생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 뿐이다. 물론 피해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과거에는 대다수 사람이 아이티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폭발한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고 살았다. 우리의 실수에 의한 안타까운 인재의 경우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위험에 대한 우리의 인식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 자연 재해를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우리가 재해를 일찍 예측하고, 완벽하게 예방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환상에 빠진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그래서 홍수피해 현장에 공무원이 충분히 일찍 출동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고, 태풍의 규모와 진로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 기상청이 맹비난을 받는 것을 당연시하게 된다.
현대 사회가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작정 과거보다 더 위험해졌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인구의 증가와 평균 수명의 연장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의 삶이 과거 어느 때보다 건강하고, 안전하고, 풍요로워진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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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현실에 만족할 수는 없다. 누구나 과학을 통해 세상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 위험에서 나타나는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다만 현대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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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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